미국 연방정부의 대규모 예산 자동 삭감 즉 '시퀘스터'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미국 정치권의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백악관ㆍ행정부와 의회가 2월말까지 시퀘스터 회피 방안에 합의하지 못하면 2013회계연도에만 850억달러의 예산이 자동 삭감돼 미국 경제가 심각한 영향을 받게 된다.
백악관은 ▲2,000억달러의 국방 예산과 내수 프로그램 삭감 ▲4,000억달러의 노인 의료보장 등 사회복지 프로그램 축소 등을 통해 10년간 1조8,000억달러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고 22일 발표했다.
그러나 공화당은 거부 의사를 밝혔다. 지난해 재정절벽 협상에서 부자 증세 등으로 6,000억달러 이상을 거둬들이기로 했기 때문에 이중 증세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존 베이너 공화당 하원의장의 대변인 브렌든 벅은 "오바마 대통령의 세금 인상 욕심은 끝이 없다"고 비꼬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안보 문제까지 거론했다. 그는 23일 주례 라디오ㆍ인터넷 연설에서 "예산 자동 삭감이 미국 경제에 충격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 국가 안보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예산 감축이 현실화하면 수천명의 교사와 교육자가 해고된다"며 "국방비 삭감으로 해군이 페르시아만의 항공모함 배치를 연기해 세계에서 가장 불안정한 지역의 위협에 대한 대응 능력을 떨어뜨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인은 "논란을 촉발한 것은 백악관"이라고 반박했다. '워터게이트' 특종으로 퓰리처상 등을 받은 그는 지난해 10월 제3차 대통령 후보 방송 토론 당시 오바마 대통령이 "시퀘스터는 내가 아니라 의회가 제안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시퀘스터 논란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한편 시퀘스터가 예상대로 다음달 1일 발효되면 정부 기관 종사자 100만명 이상이 사상 초유의 집단 무급휴가에 들어갈 것이라고 WP는 우려했다. 시퀘스터로 올해에만 조합원 임금이 20%까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수입 감소에 따른 고통 분담을 위해 무급휴가를 가야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 최대 공무원노조인 연방공무원노조(AFGE) 12지부 알렉스 배스터니 위원장은 "의회가 무급휴가를 원하는 것 같다"며 "의원들은 현실을 모른다"고 꼬집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