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인터넷에서는 '암마을(癌症村) 지도'가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다른 곳에 비해 암 환자가 많이 발생하고 사망률도 높은 암 마을을 지도에 표시한 것이다. 화중(華中)사범대 연구를 바탕으로 한 지도에는 암 마을이 무려 247곳이나 등장한다. 구체적 실상은 더 참혹하다. 장쑤(江蘇)성의 한 마을에선 4년간 암 환자 24명이 숨졌는데 이는 마을 인구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중국 전체적으로는 매년 200여만명의 암 환자가 발생하고 140여만명이 사망하고 있다.
중국에서 암 환자가 급증하는 것은 무엇보다 환경오염 때문이라는 게 언론들의 지적이다. 환경보호부조차 "중국에선 현재 3,000여종의 유해 화학물질이 인체와 생태계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상태"라고 토로할 정도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수질 오염이다. 저장(浙江)성의 한 사업가는 웨이보(微博ㆍ중국판 트위터)에 "원저우(溫州) 루이안(瑞安)시의 공장 폐수로 심각하게 오염된 강에서 담당 공무원이 20분만 수영하며 견딘다면 흔쾌히 20만위안(약 3,50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이후 "우리 마을엔 오염이 더 심한 강이 있는데 담당 공무원이 10분만 몸을 담글 수 있다면 30만위안(약 5,200만원)을 주겠다"는 패러디도 등장했다.
수질보다 더 심각한 것은 대기 오염이다. 수도 베이징(北京)에서는 1월 한달 동안 단 5일을 뺀 26일이나 잿빛 독성 스모그가 이어졌다. 한때 오염도는 세계보건기구 기준치의 40배에 달했다. 1956~2006년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시의 스모그 수치와 폐암 사망률을 비교했더니 두 수치가 7년 간격을 두고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는 연구 결과까지 공개돼 반향을 낳았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중국의 환경 오염 이야기를 꺼낸 것은 우리가 더 이상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할 수는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이미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중국발 대기 오염이 자국에 영향을 준다며 중국에 미세먼지 방지 대책 등을 요구한 것이다. 일본은 지난달 말부터 중국에서 날아온 것으로 보이는 대기 오염 물질이 후쿠오카(福岡) 등 서일본 지역에서 확인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기준치를 넘은 것으로 관측됐다며 수치까지 제시했다.
일본은 직경 2.5㎛ 이하의 초미세먼지인 PM2.5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호흡 시 폐 깊숙이 유입돼 폐암 등 호흡기와 순환기 질환의 원인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본은 이달 초 중국발 PM2.5의 대책으로 긴급행동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다 22일 베이징에서 중국발 미세먼지 대책을 협의하는 중일 당국자 회의를 여는 성과를 거뒀다. 중국발 PM2.5가 불거진 후 처음 이뤄진 이번 협의에서 일본은 중국발 오염물질의 유입에 우려를 표하고 대기 오염 감시와 관련한 기술 협력을 제안했다. 중국 주재 일본대사관은 앞서 6일 중국에 살고 있는 일본인을 대상으로 스모그 설명회를 개최,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일본은 한국보다 중국과 더 멀리 떨어져 있다. 그러나 일본은 자국민 건강과 자국의 환경을 위해, 또 중국에 있는 일본인의 보호를 위해 할 말은 하고 해야 할 일은 하고 있다. 반면 한국 정부는 아직 대응이 없다.
상식적으로 볼 때 일본에서 검출되는 중국발 미세먼지가 한국에서 검출되지 않을 수는 없다. 중국발 오염의 피해는 일본보다 한국이 더 클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일본은 저렇게 떠들고 있는데 한국은 꿀 먹은 벙어리마냥 조용하다. 한국 정부나 당국자가 중국에 항의하거나 협의를 요청했다는 얘기도, 주중 한국 대사관이 중국의 한국인들을 위한 설명회를 열었다는 소식도 들리지 않는다. 기이한 일이다. 정권 과도기라 일을 안 하는 것일까. 삼천리 금수강산 전체가 암 마을로 변할 때까지 한국 정부는 가만 있을 작정인가.
박일근 베이징특파원 ik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