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권의 제1 화두는 늘 경제 살리기였다. 모든 권력자가 임기 중 경제를 키우고 가계 살림살이도 나아지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구조적인 성장률 저하 속에 분배마저 악화하면서 예외 없이 실패했다. 박근혜 정부는 지속적인 성장 기반 확보 외에 복지와 고용의 선순환 체계를 구축해야 하는 역사적 과제를 안고 출범한다. 하지만 벌써부터 경제민주화 후퇴 논란이 이는 등 복지공약 이행에 의구심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24일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1990년대 김영삼정부 시절 7.4%에서 이명박정부 때는 2.9%까지 떨어졌다. 잠재성장률 역시 같은 기간 6.8%에서 최근엔 거의 반 토막 수준이 됐다. 특히 작년부터 2년 연속 2%대 저성장이 예고되고 있어 자칫 우리 경제가 성장동력을 완전히 잃어버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더욱이 양극화가 심화돼 그나마 성장의 과실마저 제대로 나눠지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2인 이상 도시가구 중 중산층 비중은 90년대 중반 75%에서 MB정부 67%로 급감했다. 반면 빈곤층 비중은 7.8%에서 12.6%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성장과 따로 노는 분배구조는 결국 사회 전체의 불만과 비용을 키우고 장기적인 성장동력마저 훼손시킬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 정부가 "임기 중 70% 달성"을 목표로 내건 15~64세 고용률은 지난 20년간 63%대에서 꿈쩍 않고 있다.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깜짝 상승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여기에 경제위기 때마다 대외신인도의 방파제 역할을 해 온 재정건전성 역시 급증하는 복지 및 경기대응 수요로 향후 언제든 악화할 수 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잠재성장률과 고용률, 중산층 회복을 위한 경제구조 개혁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제민주화는 왜곡된 한국 경제의 근본 틀을 바꿀 시대정신임에도 박근혜 정부의 5대 국정목표에서 제외됐다. 새 정부는 "표현의 문제일 뿐 관련 내용은 모두 추진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실천의지 퇴색에 대한 우려가 높은 게 사실이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경제민주화는 구두약속으로 되는 게 아니라 공약대로 법을 만들고 집행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새 각료들의 분명한 실천선언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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