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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룡사 9층목탑 높이 79.2m냐 67m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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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룡사 9층목탑 높이 79.2m냐 67m냐

입력
2013.02.24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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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선덕여왕 때 건립됐다가 고려시대 몽골의 침입으로 불타버린 경주 황룡사(皇龍寺) 9층목탑의 높이는 79.2m인가 67m인가. 황룡사 9층목탑 복원 사업이 본궤도에 올라선 가운데 탑의 규모를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기존 학계는 탑의 높이가 79.2m라고 추정하고 있으나 최근 복원사업 책임자 등을 중심으로 67m 설이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립문화재연구소와 경북도, 경주시 등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35년까지 30년간 천년고도 경주를 상징하는 황룡사를 경주시 구황동 황룡사지에 복원한다. 특히 선덕여왕 15년(646년) 건립됐다가 고려 고종 25년(1238년) 몽골 침입으로 황룡사 전체와 함께 소실된 9층목탑 복원은 국내 문화재 복원사업 사상 기념비적인 일로 꼽힌다.

신라 최대의 사찰이었던 황룡사에 세워진 이 9층목탑의 규모는 어느 정도였을까. 현재 황룡사지에는 탑의 기초가 됐던 64개의 초석이 남아있다. 문제는 '삼국유사'에 황룡사 9층목탑의 높이가 '225척(尺)'이라고만 돼 있을 뿐 다른 기록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학계에 따르면 황룡사 9층목탑의 높이를 추정할 수 있는 근거는 따라서 당시 사용한 측정도구인 척(尺)에 달려있다. 1척이 35.2㎝인 고려척(高麗尺)을 기준으로 할 경우 79.2m, 1척이 29.8㎝인 당대척(唐大尺)을 기준으로 하면 67m가 된다.

1970년대 황룡사발굴조사단장이었던 김동현(77) 전 국립문화재연구소장은 "삼국시대에는 신라와 백제, 일본까지 고려척을 많이 사용했다"며 "이에 따라 황룡사 발굴 당시 수치를 모두 환산, 9층목탑의 높이를 79.2m로 추정한 것으로 이미 논문 등을 통해 학계의 정설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복원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배병선(53) 국립문화재연구소 황룡사복원연구사업단장은 이를 반박하고 나섰다. 배 단장은 24일 "고려척으로 황룡사 9층목탑을 해석할 경우 빗물이 기단 위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는 등 문제가 많지만, 당대척으로 환산할 경우 사리함 등 유구와도 적합해 타당성이 높다"고 말했다.

배 단장은 또 "국보11호인 전북 익산의 미륵사지석탑도 당초 고려척을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됐으나 최근 '당소척(唐小尺)'으로 불리는 1척 25㎝의 '남조척(南朝尺)'이 사용된 것이 기정사실화되는 등 삼국시대에 당척도 쓰인 흔적이 있다"며 "황룡사 9층목탑 복원 최종안을 결정하기도 전에 79.2m설을 따르는 것은 명백한 오류"라고 주장했다.

국립문화재연구소 등은 지난해까지 황룡사 9층목탑 복원을 위한 학술대회와 기초연구 등을 통해 종합계획을 세웠고, 올해부터 심화연구 등을 통해 2017년에 복원안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탑 원형에 대한 고증이 더 필요한데도 불구하고 문화재청과 경주시로부터 황룡사 9층목탑 10분의 1 모형의 제작을 의뢰받은 한국전통문화대 측은 2011년 8월 79.2m설을 기준으로 복원안을 확정한 후 현재 9층 중 2층까지(높이 1.4m) 제작을 마쳤다. 한국전통문화대 장헌덕(59ㆍ전통건축학) 교수팀은 2010년 3월부터 목탑 20분의 1 모형 5개를 단면으로 만들어 그 중 김동현 전 문화재연구소장의 모형을 복원안으로 확정했다.

내년 상반기 7.92m 높이로 완성될 목탑 모형은 이르면 3월 황룡사 옆 부지에 착공돼 내년말 완공될 '황룡사 연구센터' 전시실에서 일반에 선보일 예정이지만, 미확정안 공개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또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조직위원회는 2007년 8월 경주보문단지 엑스포장 내에 황룡사 9층목탑을 모형으로 82m 높이의 음각 '경주타워'를 건립하기도 했다.

배병선 단장은 "황룡사 9층목탑 복원사업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고증과 심화연구, 토론 등을 거쳐 신중하게 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현 전 문화재연구소장도 "문화재계 발전을 위해 새로운 학설과 논쟁을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경주=전준호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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