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의 정물화 하면 얼른 떠오르는 것이 '해바라기'다. 그의 정물화 중에서는 '해바라기'처럼 화병에 꽂은 꽃 그림 종류가 가장 흔하다. 책이나 과일 또는 테이블 위 컵ㆍ물병 그림도 낯설지 않다. '뒤집어진 게가 있는 정물'은 반 고흐의 정물화 중에서는 그리 흔하게 볼 수 없는 유형에 속한다. 이 작품보다 좀더 큰 게 두 마리가 있는 그림과 홍합과 새우, 청어가 있는 정물화 정도가 전부다.
반 고흐가 1887, 1888년 파리에서 보냈던 가을, 겨울 또는 흔히 아를르 시기로 부르는 1889년 작품으로 추정하는 이 그림은 녹색과 붉은색의 대비, 다양한 붓놀림의 변화, 뒤집어진 게의 자세와 치밀한 묘사 등 해부학적인 접근이 인상적이다. 동생 테오가 반 고흐에게 보내준 잡지 에 실린 일본 목판화 우키요에의 거장 가쓰시카 호쿠사이의 '해초 사이의 게'에서 영감을 얻었을지 모른다는 주장도 있다. 반 고흐가 일본 화가들의 데생기법이나 치밀한 묘사 등을 늘 부러워했기 때문이다.
● 3월 24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디자인미술관서 전시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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