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200만~300만원 대출이 가능합니다. 더 빌리려면 사업자등록증이 있는 식당에서 잠깐 일 좀 한다고 하고, 제가 전화할 때 주인이 '○○가 근무한다'고 답변만 해주면 됩니다. 그러면 필요한 금액만큼 충분히 빌릴 수 있어요."
한국일보 대학생 인턴기자 2명이 15일 한 중견 대부업체를 찾았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대학생 대출 누적취급건수 1위 업체였다. 그런데 여직원은 '대출 창구가 따로 없기 때문에 신규로 빌리려면 중개사를 통해야 한다'며 00대부중개업소를 소개해줬다.
이 업소에 전화해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아 소득이 전혀 없는 대학생"이라고 하자, 중개사는 "300만원 이상 빌리려면 재직증명서가 필요하다. 자주 가는 식당 사장님에게 하루만 일하겠다고 부탁해봐라"고 권했다. 소득이 없는데도 빚 갚을 능력이 있는 것처럼 속여 대출 받을 수 있도록 편법을 안내해준 것이다.
일부 대부중개업체들이 빚 갚을 능력이 없는 대학생들에게 편법을 이용, 무분별한 대출을 부추기고 있다.
22일 한국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서류 등을 위조해 상환능력이 안 되는 사람에게 대출해준 '부정 대출'은 전체 대출금액의 2%가량이다. 하지만 이는 부정 대출로 확인된 것만 집계한 것이어서, 실제 상환능력이 없는 사람이 빌린 액수는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업법은 대부업체가 300만원 이상 대출해줄 경우 급여통장 사본, 사업소득원천징수영수증 등 소득 증빙서류를 받아서 심사하도록 했지만, 이를 생략하거나 허위 서류를 작성해 대출해주는 경우가 허다하다. 실적을 올리기 위한 대부중개사들의 꼼수인 셈이다.
급하다고 무심결에 빌려 쓴 돈은 대학생들의 인생을 망치는 부메랑이 되기 십상이다. 김지용(26ㆍ가명)씨는 연 39% 금리로 500만원을 빌려 한 달 이자로만 20여 만원을 내고 있다. 높은 이자를 감당하기 힘들어 전환대출(고금리 학자금 대출로 어려움을 겪는 대학생에게 저금리 전환 기회를 주는 것)을 알아봤지만 저소득층 기준에서 벗어나 그마저 실패했다.
서울시금융복지상담센터 김진희 상담사는 "취업이 힘든 마당에 빚까지 안고 출발하는 20대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대학생의 경우 소득이 일정하지 않다 보니 젊었을 때부터 빚 독촉에 시달릴 우려도 크다. 이날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린 대학생들의 연체율은 2010년 말 11.4%에서 꾸준히 증가해 2012년 말 14.3%를 기록했다.
한편 대부중개업체의 중개건수는 2011년 하반기 35만8,000건에서 2012년 상반기 47만2,000건으로 급증했다. 대부업체 자체 창구보다 대부중개업자를 통한 대출 취급 규모가 갈수록 많아진다는 얘기로, 이는 중개업자의 과당 경쟁을 불러 무분별 편법 대출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이보라 인턴기자 (서강대 수학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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