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는 매년 통신서비스 품질을 평가해 결과를 발표한다. 올해 평가결과를 지난 21일 공개했는데, 그 동안 점수로 발표하다가 올해는 돌연 등급제로 바꿨다. 통신서비스 별로 기준을 정해 매우 우수(S)부터 우수(A) 보통(B) 미흡(C) 매우 미흡(D) 등 5단계로 나눈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어디가 잘하고 못하는 지 이용자들은 구분할 방법이 없다. 통틀어 3개뿐인 이동통신업체들이 비슷한 기술력으로 겨루는 국내 시장에서는 1,2점에 따라 품질의 우열이 갈리는데, 이를 등급제라는 베일이 모두 가려버리기 때문이다.
등급제는 사실 사업자들의 논리다. '99점이나 98점이나 마찬가지이니 등급으로 발표하자'
는 것이 업체들 주장이었다. 결과적으로 방통위는 등급제로 평가 결과를 발표해 사업자를 편든 셈이다.
이번 평가에서 LTE 음성통화와 데이터 서비스는 이동통신 3사 모두 S등급을 받았다. KT와 LG유플러스가 평가지역 중 한 군데씩 미흡한 곳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S등급 속에 묻혀 버렸다. 모두가 최고등급을 받았으니, 더 이상 변별력이 없어진 것이다. 변별력을 상실한 평가를 왜 해야 하는 것인지.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태블릿 등에서 무선인터넷을 이용할 때 접속하는 와이파이 평가 결과는 더 어이가 없다. 세계 최고의 와이파이 시설을 자랑하는데도 불구하고 와이파이 내려받기 품질 평가는 S가 아닌 평균 A등급이 나왔다. 와이파이는 무려 32군데 평가지역에서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통위는 와이파이 품질이 낮은 이유에 대해 아무런 답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유를 묻자 방통위 관계자는 "모르겠다"며 "이유를 알려면 따로 조사해야 한다"고 답했다. 7억원의 예산을 들인 통신서비스 품질 평가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방통위의 통화 품질 평가가 제 구실을 하려면 정확한 평가 수치를 공개해야 한다. 그래서 업체간 우열이 밝혀져야 이용자들이 서비스를 선택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업체들도 서비스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품질이 떨어져도 통신업체들에 오히려 면죄부만 주는 셈이니 하지 않느니만 못하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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