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22일 해단식을 갖고 48일간의 활동을 마무리했다.
인수위는 이날 오후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 인수위 대회의실에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을 비롯해 인수위원과 전문위원, 실무위원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해단식을 열었다.
박 당선인은 해단식에서 "여러분께서 역대 어느 인수위보다 조용하게 헌신적으로 일해주신 덕분에 앞으로 새 정부가 정책을 만들어가는 데 기반이 잘 다져졌다고 생각한다"며 "밤낮없이 노력해준 인수위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은 김용준 인수위원장으로부터 국정과제 보고서 책자를 건네 받고 "이 과제들을 기반으로 새 정부의 정책을 추진해 나가겠다"며 "정책으로 실현하고 약속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주변 상황에 변화도 많고 예상치 못한 어려움도 있을 텐데 그럴 때마다 좋은 대안을 제안해 주시고 협력해달라"고 당부했다.
김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앞으로 국정운영에서 어려운 점, 반대 목소리도 있을 것이지만 늘 국민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국정운영에 최대한 반영한다면 새로운 미래와 변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민봉 국정기획조정분과 간사는 "역대 인수위 중 처음으로 대선공약에 대한 이행계획을 수립했다"며 "총 326개 공약에 대한 923개 세부 이행계획을 수립했으며 연도별 입법추진 계획도 작성해 체계적으로 이행되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번 인수위는 '낮은 인수위'를 표방하면서 과거에 나타났던 '점령군' 이미지를 풍기지 않았다는 점에서 우선 좋은 평가를 받았다. 실무형으로 인수위를 꾸려 조용하게 본연의 임무를 수행했다는 것이다. 인수위원이 공무원에게 호통을 치거나 군기를 잡는 등의 군림하는 모습도 보여주지 않았다. 신ㆍ구 정권 충돌 양상도 거의 없었다.
또 설익은 정책을 마구 쏟아내는 행태도 자제해 정책 혼선을 줄일 수 있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문제점도 많았다. 소통 부족은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힌다. 인사나 정책 등에 있어 보안을 지나치게 중시하다 보니 '불통'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밀봉인사'라는 신조어를 낳았고, 검증 부실로 김용준 전 국무총리 후보자가 낙마하는 사태까지 생겼다.
정부의 업무보고 내용도 알려주지 않는 '노(No) 브리핑'을 선언했다가 비판론이 커지자 브리핑을 했지만 형식적인 수준에 그쳐 불통 논란을 키웠다. 최대석 전 외교통일국방분과 인수위원 중도 사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지만 그 배경을 명확히 밝히지 않아 역시 불통 이미지를 더했다. 최 전 위원 사퇴 이유는 지금까지도 미스터리로 남았다.
또 너무 조용한 인수위여서 존재감이 없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각 부처 공무원들이 인수위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새누리당 이상일 대변인은 이날 "겸손하고 차분하게 국정 로드맵을 만든 점은 평가할만하지만 소통이 부족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까닭을 새 정부는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총평했다.
아울러 인수위가 새 정부 요직의 지름길이라는 관행도 그대로 이어졌다. 인수위 출범 당시에는 김용준 인수위원장이 '원대복귀' 방침을 밝혔지만 실제로는 초대 내각에 7명, 청와대 참모진에 6명의 인수위 인사가 발탁됐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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