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는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 방지책 마련'을 국정과제 중 하나로 지정했다. 공공기관장과 감사 등의 전문성 자격 요건을 강화한다는 것이 골자다. 전문성 평가 기준은 아직 제시되지 않았으나, '관련 분야 종사 경력 ○년 이상''업무와 관련된 석ㆍ박사 학위 소지자''일정 수준 이상의 연구실적을 입증할 수 있는 사람'등의 항목을 만들어 구체화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인수위 관계자는 22일 "현행 공공기관 임원 자격 요건이 대부분 '학식과 덕망을 갖춘 사람' 등 추상적이고 무의미한 내용"이라며 "때문에 인사 과정에서 정치적 입김이 작용할 여지가 큰데, 이를 개선하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역대 정부에서 공공기관은 정권의 전리품 취급을 받은 측면이 있다. 정권 창출에 기여한 공신과 정치인들이 고액 연봉을 받는 공공기관 임원직을 나누어 갖는 것이 오랜 관례였다. 때문에 전문성과 업무 지식이 전혀 없는 인사들이 임명돼 업무 연속성과 효율성을 해치고 결국 공공기관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경우가 많았다.
이 같은 폐해를 없애기 위해 비(非) 전문가들이 타고 내려가는 '낙하산 줄'을 아예 끊겠다는 것이 인수위의 복안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최근 "전문성이 없는 사람들을 낙하산으로 선임해 보내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공공기관 낙하산 관행을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공공기관 임원의 전문성을 계량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엔 단점도 적지 않다. 우선 관련 부처나 기관을 퇴직한 고위 관료들이 정치인을 밀어내고 공공기관 임원직을 장악할 가능성이 크다. 공공기관이 퇴직 공무원들의 '철밥통'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관료가 공공기관장으로 자리를 옮기면 출신 부처와 유착하거나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교수나 변호사 등이 임명될 경우에는 기관 장악력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
인수위도 이런 양면을 잘 알고 있다. 박 당선인 측 관계자는 "무능한 낙하산과 나쁜 전문가 모두를 배제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면서 "공공기관 임원 임명을 위한 자격 요건 강화와 함께 임명 이후 성과 평가를 충실히 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업무 능력을 깐깐하게 평가하면 정치인 출신이든 관료 출신이든 무능한 기관장들은 도태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박 당선인이 가장 크게 문제 의식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상 월급만 받는 자리로 전락한 공공기관 감사"라며 "회계 능력과 업무 전문성 등의 감사 임용 자격을 대폭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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