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천재'로 명성을 떨치다'사고뭉치'로 악명을 높였던 이천수(32ㆍ인천)가 새봄과 함께 4년 만에 프로축구 그라운드를 밟는다.
전남은 22일 이천수에 대한 임의탈퇴 조치를 해제하고 인천에 이적시키는 작업을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이천수는 전남에서 활약하던 지난 2009년 구단의 동의 없이 사우디아라비아리그 이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코칭스태프와 물리적으로 충돌한 후 팀을 이탈했다. 전남은 이천수에 임의탈퇴 처분을 내려 구단 동의 없이는 한국 축구에 발을 들이지 못하게 초강경대응으로 맞섰다.
전남을 떠나 알 나스르(사우디아라비아) 유니폼을 입은 이천수는 2010년 오미야(일본)으로 옮겼지만 2011시즌을 끝으로 방출됐고 이후 야인생활을 거듭하다가 국내 무대 복귀를 수 차례 요구했다. 지난 해 10월에는 전남의 홈 경기장인 광양축구전용구장을 찾아가 팬들에게 머리를 조아리기도 했다. 전남의 '마음'을 얻어 임의탈퇴 신분에서 벗어나 프로축구에 복귀하고 싶다는 마음의 표현으로 풀이됐다.
전남의 응어리는 쉽게 풀리지 않았다. 이천수의 행동을 '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결국 이천수는 전남의 용서를 얻는데 성공했다. 3월 개막하는 2013 K리그 클래식에서 이천수는 인천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 서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프로축구에 복귀한 그가 과연 성숙한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 또 전성기 시절의 경기력을 회복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천수는 부평고 시절 동기생 최태욱(서울)과 함께 전대미문의 축구 천재로 명성을 날렸다. 19세에 불과했던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대표팀과 A대표팀에 동시에 선발돼 주축 선수로 기용됐을 정도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도 조커 임무를 주로 수행하며 4강 신화에 기여했다. 울산에서 활약하던 2003년에는 프로축구 신기록인 6경기 연속 골을 터트리는 등 독보적인 활약을 펼쳤고 레알 소시에다드에 이적해 한국 선수 최초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 입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이후 롤러코스터 인생이 막을 올렸다. 스페인 적응에 실패한 이천수는 누만시아 임대를 거쳐 2005년 '친정' 울산으로 복귀했다. 천재적인 재능은 빛을 뿜었다. 이천수는 후반기에만 출전했지만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에서 독보적인 활약을 펼쳐 우승 트로피와 MVP 타이틀을 동시에 거머쥐었다.
2007년에는 페예노르트(네덜란드)로 진출해 두 번째로 유럽 리그에 도전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적응에 실패했다. 2008년 수원 유니폼을 입고 다시 프로축구에 돌아왔지만 불성실한 태도로 임의탈퇴 조치됐다. 2009년 전남으로 이적하며 재기에 도전했지만 시즌을 절반도 치르지 않은 상황에서 해외로 진출하겠다고 생떼를 부린 끝에 무단으로 팀을 떠났다.
이천수가 해외에 나갔다 국내로 복귀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임의탈퇴에서 해제된 것도 마찬가지다.'삼 세번'이라는 속설이 있다. 이천수가 이번에는 철든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