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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오형제 이장님들의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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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오형제 이장님들의꿈

입력
2013.02.22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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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사는 마을은 강원 평창군의 평창읍에서 정선으로 넘어가는 길목의 이곡리라고 하는 작은 산골마을이다. 골짜기를 따라 노론리, 이곡리, 조동리, 고길리, 지동리 다섯 개의 고만고만한 마을이 사이좋게 이어진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애칭처럼 평창읍 동쪽에 있는 다섯 개의 마을이라 하여 동부오리로 부른다. 평범하고 꾸밈없는 마을 이름이지만 워낙에 오랫동안 동네사람들 입에 붙어 있어 굳이 다른 이름을 붙일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요즘은 무슨무슨 마을 하여 새로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대세이지만 어떤 경우는 좀 생경하기도 하여 우리 마을은 그냥 놔둔다. 그나마 이 정겨운 OO리라고 하는 마을이름은 곧 OO로 몇몇 번지 같은 썰렁한 이름으로 바뀌니 이런 식으로라도 마을의 이름에 그 유래가 남아 다행이다.

기러기 날개처럼 휘감고 있는 산 둘레와 길게 이어진 계곡 그리고 중간 중간 너른 논밭에서 농사나 축산을 하거나 된장, 고추장 양봉과 민박 등을 소박하게 하는 주민들이 대부분이다. 산골마을이라 하지만 읍내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데다가 요즘 대부분 농촌의 마을처럼 길도 잘 되어 있다. 농촌이면 어디나 자랑하듯 산 좋고, 물 좋고, 공기 좋은 것은 당연하다. 예전에는 화전을 하는 분들이 많았던 내력을 가지고 있는 주민들은 40대 후반인 필자가 마을에서 최연소에 속할 정도로 고령이지만 평소 각자의 생업에 충실하면서 대소사가 있을 때 사이좋게 모여서 어울리는 그런 분위기이다. 사람 모여 사는 곳에 갈등이나 문제가 없을 리가 없겠지만 그래도 귀촌자와 원주민들이 같이 어울려 잘 살고 있는 마을이다.

그러던 중 작년에 이 마을은 농식품부의 한 지원사업 대상으로 선정이 되어 경사가 났다. 마을에 시설도 하고 축제도 하고 체험프로그램도 하고 홍보도 할 수 있는 좋은 계기이다. 사업을 준비하는 단계에서부터 처음으로 주민들이 같이 모여 의논을 하는 자리가 잦아졌다. 서로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모으고, 교육도 받고, 다른 마을에 견학도 가기도 했다. 무슨 공간을 만들 것인지, 어디를 정비할 것인지, 무슨 행사를 기획할지, 소득에는 도움이 될 것인지, 주민들의 삶에는 무슨 변화가 있을지 사람들의 기대와 관심이 크다. 긍정적인 분위기도 많지만 여러 사람 이야기하다 보면 갑론을박 의견충돌도 피할 수 없다.

그래서 이런 일을 할 때면 그 마을에 맞는 효과적인 체계나 서로 호의적인 협력의 자세가 중요하며 역시 핵심 그룹의 남다른 리더십과 사심 없는 헌신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마을 이장들의 역할이 크다. 이장이나 위원장은 다양한 욕구와 의견들을 수렴하고 원만하게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마을의 경쟁력을 살리고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마을의 전반적인 창조성과 문화성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농촌 마을이 자원이 많은 것 같으나 그것 자체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아니고,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이 저절로 마을을 풍요롭게 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정책이나 사업은 잘 쓰면 약이고 촉매이고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힘이 될 수 있지만, 잘못 받아들여지면 없던 갈등이 생기고, 마을이 감당하기 어려운 오류를 저지르고 나면 오히려 마을에 큰 짐이 되는 일도 많이 보아왔던 터다.

'창조경제와 창의교육 그리고 문화가 있는 삶'이 국정의 지표가 되었다. 농촌의 발전과 변화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중요한 요소들이다. 문화와 교육과 소득이 서로 무관하지 않다는 점을 시사하며 그런 면에서 농촌 마을에서도 주민들의 창의적이고 문화적인 역량이 필요하게 되었다. 사업의 중심은 주민전체이지만 실제로는 이장이나 위원장들의 리더십과 함께 공무원 및 전문가들과의 협업에 성패가 달려있다. 그런 면에서 우리 마을의 독수리오형제 같은 이장들에게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왜냐하면 이장들은 그동안 늘 앞장서서 문화적인 삶을 실천하고 경험하여 왔기 때문이다. 이장의 꿈은 마을의 미래이기도 하다.

이선철 용인대 교수ㆍ감자꽃스튜디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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