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국가들이 24, 25일 치러지는 이탈리아 총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세금 감면이라는 선심성 공약으로 막판 선거전을 뒤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베를루스코니가 이끄는 자유국민당은 두 달전만 해도 피에르 베르사니 당수의 중도좌파 민주당에 10%포인트 이상 뒤처졌다. 하지만 여론조사 공표 금지기간 하루 전인 8일 민주당 33.8%, 자유국민당 27.8%로 격차는 6%포인트로 좁혀졌다. 사임 의사를 밝힌 마리오 몬티 총리의 중도연합은 13.4%로 4위로 주저앉았고, 이번 선거전에 깜짝 등장한 5성운동은 18.8%를 기록해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당초 민주당이 승리하고 중도연합이 3위를 해 안정적인 연정을 꾸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지난해 각종 추문에 휩싸였던 베를루스코니의 막판 선전은 세금감면 공약 덕분이다. 베를루스코니는 몬티 정부가 긴축정책의 일환으로 2011년 도입했던 재산세(주택가격의 0.4%를 세금으로 부과)를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또 이미 걷은 세수 40억유로도 돌려주겠다고 했다. 탈세자 사면도 내세우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은 “미디어를 이용한 쇼맨십에 강한 베를루스코니가 막판 지지세력을 끌어 모으는 반면 베르사니와 몬티는 속수무책으로 당하면서 유럽 파트너들과 투자자들을 실망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유로존 국가들도 베를루스코니가 재집권하면 경제위기가 심화할 것이라고 일제히 우려를 표했다. 몬티 정부가 추진해온 긴축, 개혁 정책에 제동이 걸리면서 이탈리아의 구제금융 신청과 유로존 탈퇴가 현실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르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은 “베를루스코니는 이미 이전에 무책임한 행동으로 이탈리아를 혼란에 빠트렸다”며 “이탈리아 유권자들이 올바른 선택을 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독일 루프레흐트 폴렌츠 의회 외교위원장은 “이탈리아는 미래를 위한 정치 지도자가 필요하다”며 “베를루스코니가 그런 지도자가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다”고 밝혔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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