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4,00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시내 한복판에서 액션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차량 총격전이 발생했다. 갱단이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이 사건으로 3명이 숨지고 3명이 중상을 입었다.
21일 새벽 4시20분쯤 차창을 선팅해 내부가 들여다 보이지 않는 레인지로버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이 라스베이거스의 스트립 대로를 달리며 수 차례 총탄을 난사한 뒤 그대로 달아났다. 정지신호에 멈춰 있던 마세라티 스포츠카를 겨냥한 것이다. 마세라티 운전자는 총에 맞아 즉사했다. 차량은 총격의 충격으로 옆 택시를 들이받았다. 이 여파로 택시가 폭발해 화염에 휩싸였다. 이로 인해 택시 운전사와 승객 1명이 숨지고 다른 승객 2명이 중상을 입었으며 마세라티 스포츠카 동승자도 크게 다쳤다. 인근을 달리던 다른 4대의 차량이 연이어 충돌ㆍ추돌했다. 라스베이거스의 대표적 호텔인 시저스 팰리스와 밸리스 등이 있는 사건 현장은 순식간에 관광객들의 비명소리와 자동차 폭음으로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영국 맨체스터에서 관광 왔다가 사건을 목격한 마크 톰슨은 AP통신과 인터뷰에서 “영국에도 흉기공격이나 갱단 폭력 사건이 있지만 이렇지는 않다”며 “마치 ‘다이하드’와 같은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고 말했다.
용의자의 신원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경찰은 목격자 등을 통해 두 차량이 인근 아리아 호텔 카지노의 주차장에서 나왔으며 차량 운전자들이 주차장에서 말싸움을 벌였다는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범인들이 중무장하고 있다고 보고 라스베이거스 일대에 비상 경계령을 발동했다. 인근 3개 주에도 차량 수배령을 내렸다.
라스베이거스 스트립 대로에서는 6일 주차장에서 총격전으로 2명이 중상을 입었고, 16일에는 호텔 엘리베이터에서 한 관광객이 칼에 찔리는 등 강력사건이 이어지고 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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