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재들을 상징하는 KS마크(경기고-서울대)의 인맥 형성을 주도한 이는 박정희 대통령이다. 군사독재의 부정적 이미지를 희석시키기 위한 의도였다. 뒤를 이은 전두환 정권은 이를 그대로 답습했다. 육사 출신들이 권력을 독식하면서도 서울대 법대 출신들로 하여금 취약한 정통성을 보완토록 해 육법당(陸法黨)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YS정권 때는 대통령의 모교인 경남고 출신이 요직에 포진해 ‘동창회 정권’이란 비난을 들었다. 노무현 정권은 386 코드 인사, 회전문 인사라는 유행어를 낳았다.
■ 이명박 정권의 인사 편중은 역대 정권 가운데 가장 많은 유행어를 만들어냈다.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에 서울시청 출신까지 포함한 고소영S라인이라는 단어가 주목 받았다. 초대 내각 검증과정에서 강부자(강남 부자), 강금실(강남에 금싸라기 땅 소유)이라는 얘기가 나왔고, 끝없이 쏟아지는 의혹으로 ‘양파내각’, 국민들을 속였다며 ‘만우절 내각’이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 박근혜 당선인도 벌써부터 MB정권 못지 않게 신조어를 양산해내고 있다. 성시경(성균관대, 고시, 경기고)에 이어 위성미(위스콘신대, 성대, 미래연구원) 내각이란 별칭이 생겼다. 그러자 가수 성시경 팬들이 반발하며 경고성(경기고, 고시, 성대) 내각으로 부르는 게 어떠냐며 역제안을 했다. 서울, 연구원, 관료 출신의 중용에 서연관이란 말도 등장했다.
■ 조선시대 최고 교육기관인 성균관 출신들의 비약을 빗댄 유머가 화제다. 1,000원 권 지폐에 새겨진 퇴계 이황은 성대 교수, 5,000원 권의 율곡 이이는 성대 장학생, 1만원 권의 세종대왕은 성대 이사장, 5만원 권의 신사임당은 성대 학부모였다는 얘기다. 개그 프로를 패러디 한 ‘레알’ 정치시사 사전에 등재된 보통사람은 ‘성대 정도의 평범한 대학을 나와 사시 정도의 평범한 시험에 합격해 대검 감찰부장 등 검찰요직을 거쳐 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대탕평은 실종되고 특정 인맥에 편중된 인사를 비판하는 신조어와 유머에는 매서운 민심이 담겨있다.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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