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세기 전 고전이 여전히 읽히는 이유는 시대를 관통하는 지혜를 담고 있기 때문인데, 그 지혜란 시대마다 재해석되기도 하고 탁월한 비평가에 의해 새롭게 발견되기도 한다.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1906~1975)에 관한 두 권의 책은 고전을 동시대 감각으로 새롭게 해석하는 방법을 보여준다.
"철학은 나의 첫사랑이었다"고 고백한 한나 아렌트는 1940년대 미국으로 이주하며 정치이론가로 변신했고 1975년 정치철학자로 죽었다.
국내 첫 번역 출간된 아렌트의 는 1929년 독일어로 발표한 박사학위논문으로 1965년 영어본 출간을 거치며 당시 시대상황을 감안해 저자가 대대적으로 수정했고, 1996년 연구자 조안나 스코트, 주디스 스타크에 의해 재편집, 해제를 덧붙이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요컨대 이 책은, 아렌트가 철학자에서 정치이론가로 변신한 과정을 담고 있다.
아렌트는 이웃사랑을 주장한 신학자 성 아우구스티누스(354~430)를 비판적으로 읽으며 20세기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아우구스티누스는 당시 신학을 재정립하며 '창조주는 물론 세계에 대한 보살핌'을 '자애(caritas)'라고 불렀다. 아렌트는 아우구스티스가 자애를 이해하는 방식은 현재 세계와 거기 있는 사물들을 외면한다는 점에서 문제라고 지적하며, 이 세상에서 태어나 타인과 함께 행동하고 사유하는 것이 인간 삶의 조건이라고 말한다.
홍원표의 은 아렌트의 지적 여정을 다시 읽은 책이다. 1부는 아렌트 저작의 주요 개념을 소개하고, 2부는 20세기 정치철학의 역사에서 아렌트의 중요성을 소개한다. 3부는 야스퍼스, 벤야민 등 아렌트의 사상에 영향을 끼친 다른 학자들의 삶을 아렌트와 비교한다. 유대인인 한나 아렌트가 전체주의를 경험했던 독일과 일본의 식민 지배를 비교하며 "일본은 역사적 과오를 우리 시대에 드러내기보다 은폐하거나 망각함으로써 정치적 책임으로부터 회피하는 입장을 견지했다"고 비판하는 등 한국적 맥락에서 재해석한 부분이 없지 않지만, 대체로 난해한 아렌트의 이론을 쉽게 설명하는데 주력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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