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5일 공식 취임하더라도 이명박정부의 각료 및 청와대 실무 비서진과 함께 근무하는 '신구정권 동거체제'가 3월 하순까지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조각 인선 자체가 늦어진데다 국회의 정부조직 개편안ㆍ인사청문회 지연이 겹친 까닭이다. 과거 정부에서 이런 풍경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동거 기간이나 규모에서 전례 없는 일이다.
22일 현재 박근혜정부 각료 후보자 18명 중 인사청문 관련 일정이 완료된 인사는 한 명도 없다. 이날 정홍원 총리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은 연기됐고, 26일로 잡힌 국회 본회의 임명동의안 표결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는 보장도 없다.
장관 후보자 17명의 인사청문회는 아예 실시되지 않았다. 빨라야 취임식 이후인 27일(안전행정부ㆍ문화체육관광부ㆍ환경부 장관 후보자)에야 첫 테이프를 끊고 보건복지부ㆍ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는 내달 6일로 예정돼 있다. 현오석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등 5명을 대상으로 한 청문회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정부조직 개편안 미처리로 청문회의 법적 근거가 없는 미래창조과학부ㆍ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 요청안은 아직 국회에 제출되지 않았다.
이명박정부에선 청문회가 취임식 뒤에 열리고 일부 후보자들이 낙마하는 바람에 내각 임명 절차는 2008년 3월 13일에야 마무리됐다. 2월 27일 첫 국무회의는 노무현정부의 한덕수 총리가 주재했고, 3월 3일 이 대통령이 처음 주재한 국무회의에는 노무현정부 각료 4명이 참석했다. 김대중정부에서도 취임식 이후 8일, 노무현정부에선 취임식 이튿날까지 전 정부 각료가 현직을 유지했다.
박근혜정부의 신구정권 동거 기간은 이보다 더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국회는 임명동의안 제출일로부터 20일 내에 인사청문 절차를 마무리해야 한다. 지난 15일 장관 후보자 청문 요청서가 제출된 점을 감안할 때 후보자들의 위법사실과 의혹들이 불거질 경우 내달 6일까지 청문회가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 여야 대치로 보고서 채택이 불발될 경우 박 당선인은 10일 뒤인 16일에야 장관 임명을 할 수 있다. 미래부와 해수부 장관 임명은 이보다 더 늦어질 수 있다. 설사 26일 정부조직 개편안이 통과되고 이날 인사청문 요청안이 제출된다 해도 야당의 임명 반대가 거셀 경우 내달 27일에야 국회의 보고서 채택 여부와 상관 없이 임명될 수 있다.
청와대에서도 '반쪽 출범'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실장ㆍ수석비서관급만 결정됐을 뿐 실무를 담당할 비서관, 행정관 등의 인선은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당선인 측이 25일 취임식 이후에도 행정관들은 계속 근무하도록 조치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 측은 대변인과 춘추관장 인선은 이번 주말에 마무리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지만 청와대의 일부 실무진들은 1~3개월 가량 잔류할 가능성도 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사흘 전에 정무2ㆍ법무ㆍ의전비서관을 제외한 새 비서관 39명을 발표했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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