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남성이 모교인 고려대에 거액을 기탁하며 50년 전 스승의 뜻을 기리는 학술상을 제정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2일 고려대에 따르면 1956년 입학해 이 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익명의 남성 A씨는 지난해 2월 학교에 서신을 보내 재학 당시 자신의 지도교수였던 고전문학자 고 월암(月巖) 박성의(1917~79) 선생의 업적을 기리고 싶다고 밝혔다. 같은 해 5월 그는 선생의 호를 딴 ‘월암학술상’ 제정을 요청하며 1억원을 보냈다.
고려대 국문과 1회 입학생인 박 교수는 작고할 때까지 이 대학 교수로 있으면서 조선시대 대표 문학 장르인 가사(歌辭) 연구에 큰 업적을 남긴 석학이다. 국내 대표 한국학ㆍ한국문학 연구기관으로 평가 받는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소(현 민족문화연구원) 3, 4대 소장을 지냈고, 국어국문학회 대표이사도 맡았다.
A씨는 스승의 이 같은 취지를 이어받아 국어국문학 한국사 한국철학 전공의 외국인 학생에게 월암학술상을 수여해달라고 학교 측에 특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그는 이 상을 제정하면서 신원이 알려지는 것을 꺼려했다고 한다.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관계자는 “본인이 누군지 밝혀지는 것을 원치 않아 우리 대학 학생들도 A씨가 누군지 모른다”고 전했다.
그의 요청에 따라 고려대는 ‘한국어 비원어민 교사 정체성 연구’를 주제로 최근 국문학 박사학위를 받은 이탈리아인 니콜라 프라스키니씨를 첫 수상자로 선정해 25일 오후 2시 문과대 학장실에서 상장과 상금 300만원을 수여할 예정이다.
김정숙 국어국문학과장은 “한류가 널리 인기를 끌면서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도 날로 커지고 있다”며 “월암학술상은 한국학을 전공한 외국인 학자를 격려하고 이들과 지속적인 소통의 장을 마련해 나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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