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팽창, 우주배경복사, 우주의 원소분포, 우주의 등방성 중 빅뱅 우주론의 기둥이 아닌 것은?’
마지막 퀴즈가 대형 스크린에 투사되자 서울대 문화관 강당에 모인 1,500여명 참가자들의 긴장감이 극에 달했다. “아이패드가 상품으로 걸린 마지막 문제를 풀 사람은…”하며 사회자가 좌석번호 추첨을 시작하자 학생들은 강당이 떠나갈 듯 경쟁적으로 “1층!” “2층!”을 외쳤다. “1층 마열 106번.” 엉겁결에 자리에서 일어난 김광훈(18ㆍ논산 대건고2)군이 “우주의 등방성”이라고 답하자 사회자는 “정답”을 외쳤다. 김군과 친구들은 올림픽에서 금메달이라도 딴 듯 부둥켜 안고 펄쩍펄쩍 뛰며 환호성을 질렀다.
한국일보와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청소년과학기술진흥센터가 주최하고, 포스코가 협찬한 ‘제20회 자연과학 공개강연’ 행사 마지막 날인 22일. 전날에 이어 국내 최고 학자들의 명 강의가 뜨거운 열기 속에서 이어졌다.
이날 첫 강의는 김명환 수리과학부 교수의 ‘정수론의 미해결 문제들’. 김 교수는 쌍둥이 소수(3-5, 5-7 등 이웃한 소수의 차이가 2인 경우)에 대한 예상을 비롯해 메르센 소수와 페르마 소수의 관계 등 수학에서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난제들을 설명하고 이를 증명하기 위해 인생을 바친 기라성 같은 수학자들의 도전기를 하나하나 펼쳐 보였다.
‘빅뱅과 갤럭시의 나라’를 주제로 빅뱅이론과 은하의 관계를 설명한 이명균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학생들의 질문 세례로 강의를 마치기가 힘들었다. “138억년 전 섭씨 1조도의 한 점에서 빅뱅이 일어난 후 팽창이 계속되고 있고, 현재 영하 270도인 우주 온도는 수십억년 후 더욱 더 떨어지게 될 것”이라는 설명을 듣고 학생들은 “온도가 떨어지면 우주팽창이 멈추나”, “초기 우주 팽창에서는 공간이 빛보다 빨리 팽창한 것인가” 등 수준 높은 질문을 쏟아냈다.
바통을 이어 받은 김희준 화학부 교수는 ‘삼생만물’이라는 주제로 우주의 생성 원리를 설명하는 한편 열정적인 삶의 자세를 당부했다. 이번 공개강연을 끝으로 정년 퇴임하는 김 교수는 “변광성의 주기와 광도의 관계를 밝힌 미국 천문학자 헨리에타 리비트나 우주 팽창의 속도를 측정해 허블법칙 완성에 공헌한 밀턴 휴메이슨은 모두 별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 있었기에 업적을 이룰 수 있었다”며 “여러분도 반드시 사랑하는 대상을 찾아 평생을 살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행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참가자들은 많은 아쉬움을 보였다. 조영민(19ㆍ시흥 소래고3)군은 “학교 밖으로 나와 이렇게 흥미진진한 수학 이야기를 들어 본 건 처음”이라며 “앞으로 수학을 전공해 경제ㆍ금융분야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다”고 말했다. 학생들과 함께 참석한 노희진(39) 인천 청라고 교사는 “질문을 미처 못한 학생들이 쉬는 시간에 찾아와 질문을 하는 모습을 보고 학생들의 열정을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조원일기자 calme11@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