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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전국체전 정식종목 꿈 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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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전국체전 정식종목 꿈 실현"

입력
2013.02.22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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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아마 바둑계를 관장하는 대한바둑협회 신임 전무이사에 프로기사 김원(46) 7단이 선임됐다. 현역 프로기사가 아마추어 바둑단체 실무 총책임자라니 조금 뜻밖이다. 올 초부터 한국기원 허동수 이사장이 대한바둑협회장까지 겸임키로 해 사실상 두 단체가 통합된 거나 다름없는 상황이어서 드디어 프로가 중심인 한국기원이 아마추어 부문까지 본격적으로 간여하기 시작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저도 그런 소리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바둑협회 일을 맡기로 결정하면서 프로라는 허울은 훌훌 벗어 던졌습니다. 혹시라도 제가 프로측에 뭔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 분들이 있다면 오히려 크게 실망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김 전무는 실제로 이번 취임의 대가로 많은 걸 포기했다. 우선 프로기사의 본업이라 할 수 있는 각종 기전 출전권을 스스로 반납했다. 안정된 직장이던 대국지역본부 사범도 그만 뒀다. 각종 대회 심판이나 지도사범 초청, TV해설 등 짭짤한 부업도 모두 중단해 당장 한 달 수입이 절반으로 줄었다. 사실상 프로를 그만 두고 아마추어 바둑인이 된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둑협회 전무직을 수락한 건 그 동안 현장에서 피부로 느꼈던 바둑계의 고민들을 해결해 보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자칫하면 프로와 아마 양쪽에서 욕을 먹을 수도 있겠지만 그건 이미 각오했다.

프로와 아마추어를 막론하고 김원만큼 일선 바둑 보급 현장을 많이 누비고 다닌 바둑인도 흔치 않다. 김원은 1986년 이창호와 함께 입단한 연구생 출신 프로기사 1기생이다. 일찌감치 보급에 뜻을 두고 10여년 경기 분당에서 바둑도장을 운영하면서 홍성지, 한상훈, 김혜민, 김효정, 한해원 등 20명의 프로기사를 배출, 단위 합계 100단을 넘어 섰다. 2000년대 들어와서는 잘 되던 도장을 갑자기 후배에게 넘기고 전국을 유랑하며 일선 바둑인들과 교류를 다졌다.

최근에는 대구에 터를 잡고 영호남을 오가며 지역연구생 교육제도를 활성화시켰다. 아침에 포항서 바둑 강의하고, 낮에는 대구서 대회 심판 보고, 저녁에는 광주의 기우회 회식에 참석하는 등 동에 번쩍 서에 번쩍이다. 그렇게 바쁘게 바둑계 밑바닥을 구석구석 훑어 '아마추어를 가장 잘 이해하는 프로'라는 말까지 듣는다. 그래서 아마 바둑계는 김 전무의 취임을 무척 반기는 분위기다.

그는 대한바둑협회의 가장 시급한 과제로 전국체전 정식종목 입성과 아마바둑단체의 조직 재정비, 바둑을 직업으로 하는 '바둑인'에 대한 지원 강화 등 세 가지를 꼽았다.

대한바둑협회가 대한체육회 정가맹단체가 된 지 오래지만 바둑은 무려 10년 동안이나 전국체전 전시종목(동호인종목)에 머물고 있다. 다른 종목들이 2, 3년 만에 시범종목이 되고 얼마 후 정식종목으로 승격한 것에 비하면 매우 늦은 속도다. 하루 빨리 전국체전 정식종목으로 채택돼야 학교에 바둑팀이 만들어지고 보급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정식종목 채택에 대비한 바둑계의 준비가 너무 부족하다는 점이다. 흔히 바둑계의 파이를 키워야 한다고 말 하지만 지금은 파이가 커져도 이를 제대로 받아먹을 수가 없는 상태다. 당장 학교에 바둑팀이 생긴다 해도 임원, 감독, 코치, 심판으로 활동 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충분하지 않다.

"올해 최우선 과제로 전국체전 정식종목 입성을 위한 행정적인 노력과 병행해 현재 운영 중인 바둑지도자 육성제도를 본격적으로 정비할 계획입니다."

그 동안 한국기원과 대한바둑협회는 업무 영역을 둘러싸고 적지 않은 알력과 불협화음이 있었다. 이번 김 전무 취임을 계기로 기원과 협회가 서로의 영역을 분명히 했다. 한국기원은 앞으로 프로와 관련한 업무만 담당하고 군대, 학교, 여성 등 아마추어를 대상으로 한 각종 업무는 전부 대한바둑협회가 맡는다. 이를 위해 한국기원에 있던 보급담당 부서와 인력은 물론 관련 예산까지 모두 협회로 이관했다. 이합집산을 거듭하며 적잖은 갈등을 빚었던 여성바둑연맹이나 바둑교실협회도 다시 대한바둑협회 산하기구로 일원화한다. 김 전무는 "한국기원과 대한바둑협회가 서로 도울 일만 있지, 얼굴 붉히며 부딪칠 일은 전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무는 특히 1,500명 정도로 추산되는 '직업바둑인'에 대한 지원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바둑 보급 업무를 맡고 있는 이들이 튼튼히 자리잡아야 바둑계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바둑 인구가 줄어 바둑이 위기를 맞았다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김 전무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오랜 현장 경험을 통해 아직도 전국 각지에 엄청나게 많은 가능성과 기회가 잠재돼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바둑인들이 조직화하지 않고 힘이 미치지 못해 이를 제대로 찾아내 활용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게다가 상당수 바둑인들이 외부 지원에 너무 익숙해져 노력을 덜한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잖습니까. 앞으로 ?열심히 전국의 보급 현장을 찾아다니며 바둑인들과 더 많이 소통하고 이들의 활동을 돕고 지원하는데 힘을 다 하겠습니다." 승부사로서의 길을 잠시 접고 바둑행정가라는 제2의 인생을 시작한 김원 전무의 다짐이다.

박영철 객원기자 ind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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