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은 21일 열린 정기총회에서 '기업경영헌장'을 채택했다. 시대적 과제가 된 경제민주화와 사회통합 흐름에 맞춰 상생과 기업윤리를 추구하고 국민과 함께 하겠다는 일종의 결의문이었다.
7대 원칙과 21대 행동지침으로 이뤄진 이 헌장은 구구절절 옳은 내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계의 결의가 공허하게 들리는 건, 그 동안 보여준 전경련의 행태 때문이다. 오로지 재벌들의 이익만 대변하려는, 변화에 순응하기 보다는 기득권에 안주하려는, 눈을 감고 귀를 막았던 태도 말이다.
전경련이 이렇게 국민들로부터 외면 받게 된 데에는 수뇌부, 그 중에서도 전경련 상근부회장의 책임이 크다. 재벌총수가 맡는 전경련 회장은 어차피 상징적인 '재계의 얼굴' 일 뿐, 실질적 업무는 상근부회장을 정점으로 하는 사무국 스태프들의 몫이다.
퇴임한 정병철 부회장은 이 점에서 5년 재임 기간 내내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산하 한국경제연구원 대표에 광고주협회장까지 맡아 '감투논란'을 빚었고, 국회의원 자녀초청 캠프개최나 수해기간 중 골프 라운딩 등으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이런 일이 터질 때마다 언론과는 마찰을 빚었다. 이런 폐쇄적 태도는 결과적으로 어느 때보다 '소통'이 필요한 시기에 거꾸로 '불통'을 초래했고, 결국 전경련의 고립을 자초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오죽하면 재계에서조차 "전경련이 대기업 이미지를 개선시키기는커녕 오히려 악화시키고 있다"는 불평이 쏟아지고, '전경련 무용론'까지 나왔을까.
이러한 점 때문에 재계에선 연임된 허창수 회장 보다 신임 이승철 상근부회장을 더 주목하고 있다. 국민들로부터 지탄받고, 대기업으로부터도 외면 받는 사면초가의 전경련을 구해야 할 임무가 그의 손에 쥐어졌기 때문이다.
그 또한 전무 재직 시절 '리틀 정병철'이란 별명이 붙기도 했다. 전경련의 위상 추락엔 그 또한 책임을 피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이런 시각을 의식한 듯 이 부회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소통에 중점을 두겠다. 500개 회원사보다 5,000만 국민들을 대변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말로 전경련이 환골탈태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박주희 산업부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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