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결과 발표로 이른바 'NLL 양보 발언'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외교 관례상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국익에 손상을 줄 수 있는 정치인들의 무분별한 폭로행위가 만연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민감한 정상회담 대화내용이 사실 여부를 떠나 공개됐다는 점에서 향후 외국 정상과의 외교활동에 적지 않은 제약이 따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비공개를 염두에 두고 진행된 대화내용을 필요에 따라 아무 때나 공개한다면 외국 정상 중 누가 마음을 터놓고 대한민국 대통령과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이런 측면 때문에 외교문서나 정상회담의 비공개 내용은 최대 30년 뒤에나 공개토록 돼 있다.
특히 대화록 공개가 대선을 앞두고 사실상 특정 후보를 흠집내기 위한 정치적 목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동기가 불순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민주당은 "정상회담 대화록은 안보와 국익을 위해 공개돼서는 안 되는데도 정쟁과 선거운동 도구로 활용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화록 공개를 주도한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사법처리 되지 않아 향후 이 같은 행위를 부추길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비밀문건을 본 인물이 다른 사람에게 그 내용을 발설해도 처벌받지 않을 수 있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 의원이 공개한 대화록이 대통령지정기록물은 아니지만 2급 비밀인 공공기록물에 해당하기 때문에 내용 일부를 공개했더라도 사법처리 여지는 충분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검찰은 '공무상 목적도 아닌 대선 직전에 대화록을 공개했다면 비밀누설 행위에 해당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고소고발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수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건의 핵심이 고소고발 내용의 사실 여부를 따지는 것이기 때문에 비밀누설 및 공공기록물 관리법 위반 등 고발 범위를 벗어난 부분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남북관계와 선거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고소고발 범위에 국한해 수사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따라서 향후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에서 공공기록물 관리법 위반을 문제 삼아 정 의원을 고발할 경우 다시 수사가 시작될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그 부분은 수사대상이 아니라 확인도 안 했다. (고소고발이 들어온다면) 새로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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