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발전' 없는 대구예술발전소… 출발부터 삐걱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발전' 없는 대구예술발전소… 출발부터 삐걱

입력
2013.02.21 17:31
0 0

대구예술발전소가 정식출범도 하기 전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거액을 들인 개관기념전은 졸속 일색이고, 모호한 정체성으로 '발전'과 거리가 먼 '발전소'라는 여론이 많다.

대구시와 대구문화재단은 대구 중구 수창동 옛 KT&G 별관 창고를 국ㆍ지방비 160억원을 들여 리모델링한 뒤 실험적 예술창작공간을 표방하며 대구예술발전소라는 이름을 달고 내달 중 정식 개관할 예정이다.

하지만 개관기념 문화행사는 9억6,000만원이나 들어간 행사라기에는 낯부끄러울 정도다. 행사는 '대구예술발전소-수창동에서'라는 이름으로 1부는 24일까지, 2부는 내달 8일부터 4월28일까지 열린다. 하지만 '실험적' 예술프로젝트라는 컨셉의 1부 행사는 실험성은커녕 산만한 구성과 재탕 삼탕 출품으로 격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4개 층에 걸쳐 전시 중인 작품 대부분은 이미 다른 전시에 출품됐던 것들이다. 큐레이터 A씨는 "전반적으로 실험성과 거리가 멀고 상당수 작품은 수준이하인데다 디스플레이도 엉망"이라며 "대구시의 안일한 행사기획과 행사를 책임진 전시 총감독의 불성실한 태도, 대구문화재단의 소홀한 관리감독으로 인해 벌어진 일로, 작가들의 불만도 많았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는 대구시가 지난해 말까지 쓰지 않으면 국비예산을 반납해야 하는 사태를 피하기 위해 2개월 만에 급하게 추진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개관기념행사 운영위원회 구성과 예산배분 등을 둘러싼 잡음도 많아 결과적으로 '아니한 만 못한 행사'가 됐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행정 착오로 준비가 늦었다"며 "2부 행사는 대구예술발전소 개관기념전에 맞게 충실한 내용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더 큰 문제는 향후 대구예술발전소가 제 색깔에 맞게 제대로 운영될 수 있을지 여부다. 실제로 대구시는 다원복합예술공간으로 운영한다는 원칙 아래 구체적인 운영계획 없이 대구문화재단에 위탁하고 민간기관장에게 운영을 맡기기 위한 관련 조례안과 동의안만 시의회에 제출해 놓고 있을 뿐이다.

중견화가 B씨는 "어떤 건물을 짓느냐는 것보다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라며 "시와 대구문화재단은 대구예술발전소 출범 전에 운영방향과 색깔을 분명히 해 시행착오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인터뷰] 박소현 문화기획자

"행정편의주의 탈피… 훌륭한 문화공간 만들어야"

이현주기자

"이번 사태를 거울삼아 이제는 어떻게 대구예술발전소를 잘 만들어나갈지 머리를 맞댈 시점입니다."

지역 문화기획사 아트비전의 박소영(53ㆍ사진) 디렉터는 "첫 단추를 잘못 꿰었지만, 개관을 서두르기 보다는 공간의 색깔을 분명히 하고 앞으로 어떻게 운영해나갈지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수립하는 게 지금 시가 할 일" 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관전시를 본 사람 대부분이 실망하고 예술발전소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며 "아직 늦지 않았으니 행정편의주의를 탈피하고 훌륭한 문화공간으로 육성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실험적 예술창작 인프라 확충과 작가양성이라는 운영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운영방향에 대한 계획수립이 우선이라는 것. 이를 위해 행정당국과 문화계가 함께 고민과 토론을 통해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씨는 "대구문화재단에 예술발전소를 위탁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그리고 맡긴다면 예술발전소의 운영방향에 대한 설정과 재단의 역할범위 및 조직 등에 대해서도 심사숙고 할 필요가 있다"며 "무엇보다 예술발전소는 대구시민들을 위한 공간이라는 점, 그리고 문화발전을 위한 콘텐츠의 하나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현주기자 larein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