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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아파트 "아~ 이름값 안 통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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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아파트 "아~ 이름값 안 통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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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21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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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건설업계 4위 GS건설과 81위 우남건설이 작년 8월 경기 화성시 동탄2기신도시 1차 동시분양에서 맞붙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지만, 승부는 예상 밖이었다. 경쟁률도, 계약성과도 우남이 이겼다. 한류스타 이영애를 7년간 광고모델로 쓰는 등 고급 이미지를 한껏 입힌 GS건설의 아파트 브랜드 '자이'가 일찌감치 광고 모델비용을 줄여 분양가를 낮춘 소형업체에게 무릎을 꿇은 것이다.

당시 우남(동탄역 우남퍼스트빌)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1,007만원, GS(동탄 센트럴자이)는 1,032만원. 전용면적 85㎡ 이하 소형 공급 비율은 우남이 52.4%, GS 39.7%였다. 우남은 청약 경쟁률 9.3대 1로 GS(7.5대 1)를 따돌렸다. 양쪽 다 1순위로 마감해 계약을 끝냈지만, 공급 규모(우남 1,442가구, GS 559가구)를 감안하면 2배 이상 물량을 더 판 우남의 완승인 셈이다.

물론 우남의 교통입지(동탄역까지 400m)가 GS(800m)보다 낫고, 분양가도 싸긴 했다. 소형 비율을 높인 전략도 먹혔다. 하지만 약간의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훗날 가치 상승을 염두에 두고 대형사의 브랜드 아파트를 선호하는 게 일반적인 분위기라 업계에선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주택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대형 건설업체의 브랜드 아파트 인기가 시들고 있다. 그간 브랜드 아파트는 호황기에 가격 상승폭이 큰 반면 불황기엔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적어 안전한 투자처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부동산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그 위상이 예전만 못한 것이다.

21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의 소비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특정 브랜드 아파트를 선택하겠다는 응답은 2010년 71.3%에서 지난해 60.9%로 2년 새 10% 이상 급감했다. '아파트 브랜드가 가격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질문(5점 만점)엔 연령이 낮을수록 점수(50대 4.35→30대 4.13)가 낮았다. 젊을수록 아직 아파트를 장만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아 브랜드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 역시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중소형 건설회사들은 브랜드를 앞세운 골리앗 대형업체에 비해 아파트 유지보수(A/S)와 주민관리 시스템, 이미지 제고를 통한 가치 상승 등 경쟁력이 밀리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중소형사들이 다윗의 돌팔매로 활용하는 전략이 특화와 비용절감이다.

예컨대 업계에서 전설처럼 회자되는 2011년 4월 김포한강신도시 혈전(血戰)이 대표적이다. 이 지역은 2010년까지 미분양이 많이 쌓여 1대 1의 경쟁률만 달성해도 성공했다 불릴 정도로 '분양의 늪'이었다. 여기에서 업계 3위 대우건설의 청약경쟁률은 0.13대 1에 그쳤지만 56위 반도건설은 1.18대 1을 기록했다. 3.3㎡당 분양가를 10만원 가량 낮추고 조망과 채광, 에너지 절감 성능이 뛰어난 평면 특화 설계(4, 4.5베이)로 승부수를 띄운 반도의 전략에 막강한 브랜드 파워(푸르지오)만 믿고 기존 방식(3, 3.5베이)을 고수한 대우가 완패한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택 소비자들이 브랜드 외에 입지, 평면 구조와 설계, 향(向)처럼 실제 안락한 거주를 보장하는 가치들에 주목한 점도 한몫 했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실수요자가 늘면서 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상품을 내놓는 중소형 건설사도 대형업체를 이길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분양업계 관계자들 역시 "소비자들이 실속을 추구하면서 대형업체의 브랜드 파워가 종전 같지 않다는 걸 피부로 느낀다"고 했다.

아직 브랜드의 몰락을 단언하기엔 섣부르지만 변화의 기미는 보인다는 얘기다. 시행업체 피데스개발의 김희정 R&D센터 소장은 "집이 투자대상이 아닌 실용적 재화로 바뀌면서 브랜드보다 거주하기에 편리한 주택들의 인기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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