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벼랑끝 여수 피조개, 마트서 돌파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벼랑끝 여수 피조개, 마트서 돌파구

입력
2013.02.21 12:08
0 0

전남 여수에서 10년간 조개를 생산해 온 조용관 해조 대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앞길이 캄캄해졌다. 피조개 생산량(연간 10억원 규모)의 90%를 일본에 수출해왔는데 중국에서 생산된 값싼 피조개가 일본에 대량 유입되는데다, 갑작스런 엔저(低)-원고(高)로 인해 사실상 일본 수출길이 막힌 것이다.

그간 해조를 비롯한 국내 피조개 생산업체들은 조개 껍질을 벗긴 후 내장을 제거해 나비모양으로 살을 편 다음 초밥에 얹어 먹을 수 있도록 동결 가공해 수출해왔다. 조 대표는 "중국에서 생산된 피조개는 한국산보다 40%가량 저렴한데, 여기에 엔저까지 겹치면서 가격경쟁력이 아예 사라지고 말았다"고 말했다. 일본인들이 식생활이 변화하며 초밥 소비가 줄어든 영향도 있었다.

피조개는 꼬막류 가운데 크기가 가장 클 뿐 아니라 육질이 통통해 국내에서는 도시의 고급 초밥집이나 안면도 횟집, 벌교 어시장, 인천 연안부두 등 산지에서만 구이용으로 소비되는 고급 어패류다.

사실 원래부터 피조개가 귀했던 건 아니다. 주요 양식품종이던 피조개는 1980년대 중반 여수 가막만, 경남 진해만 일대에서 연 생산량이 5만5,000톤까지 달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수온상승, 조류변화 등 서식환경이 바뀌면서 양식 생존율이 1,2%까지 추락, 연 생산량은 2011년 기준으로 2,000톤까지 감소했다. 수산과학원의 품종 개발과 어민들의 축적한 노하우로 생존율은 다소 높아졌지만, 주력 시장인 일본수출길이 막히면서 또 한번 어민들에겐 고통의 시간이 찾아온 것이다.

폐업까지 고려했던 조 대표에게 숨통을 틔워준 것은 대형마트 입점이었다. 이마트 수산팀 최우택 조개 바이어 "연중 조개 소비량이 겨울철에 40%가량 집중된다는 걸 알고 색다른 제철 조개를 찾고 있었다. 마침 여수 가막만 꼬막 산지에서 피조개 어민들의 어려움을 듣고 조 대표와 협의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든 과정이 순조로웠던 건 아니다. 채취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률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피조개는 통상 쇠붙이 재질의 그물 형망(갈쿠리)으로 갯벌 바닥을 긁어 채취하는데, 100㎏을 채취하면 30㎏꼴로 껍질이 깨지기 때문이다. 어차피 속살만 동결 건조하는 수출용으로는 상관없지만 내수용으로 판매하려면 조개 껍질이 깨끗하고 성해야 하는데 손실물량을 빼면 단가가 비싸져 판매하기에 어려웠던 것이다.

이마트측은 조 대표에게 깨진 조개는 내장을 따로 발라내 조갯살로 팔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간편한 별미를 찾는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얻을 것이라고 판단했고, 결국 대형마트 매대에 처음으로 피조개가 올라 올 수 있게 됐다.

판매 물량은 1,2월 120톤 규모로 해조가 생산하는 피조개의 15% 선이다. 이마트는 당일 채취한 피조개를 여수 산지 지정 선별장에서 세척, 선별한 후 살아있는 상태의 피조개를 산소 충전해 판매한다. 오는 23일부터 3월1일까지 용산점, 성수점, 은평점 등 20개 점포에서 990원(100g)에 선보일 예정.

최 바이어는 "수출길이 막혀 어려움을 겪던 어민들은 마트 입점을 통해 국내 판로를 열수 있게 됐고 소비자들은 고급 어패류인 피조개를 맛볼 수 있게 돼 윈-윈의 결과가 나온 셈"이라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직접 제보하실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며, 진실한 취재로 보답하겠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