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자신을 비방하는 내용의 인터넷 동영상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삭제요청을 했다. 심의위는 이례적으로 신청 하루 만에 시정조치를 내려 부적절한 절차와 공정성 문제가 제기됐다.
21일 심의위에 따르면 박 당선인은 전날 대리인을 통해 ‘조웅 목사 동영상’이라는 제목으로 인터넷에 올라온 동영상을 명예훼손을 이유로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동영상은 박 당선인이 과거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에게 수백억 원을 건넸다는 조 목사의 주장 등이 담겨 있다.
심의위는 이날 비공개로 통신심의소위원회를 열어 해당 안건을 심의해 시정요구 조치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시정요구가 나오면 문제의 동영상이 게재된 사이트나 포털 등은 해당내용을 볼 수 없도록 차단해야 한다.
그러나 이날 심의위는 위원인 박경신 고려대 교수가 절차와 공정성을 문제 삼아 심의를 거부하고 퇴장하는 등 진통을 겪었다. 박 교수는 “회의 하루 전에 심의위 홈페이지에 안건을 공개하고 위원들에게도 충분히 심의할 시간을 줘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박 당선인 건은) 회의 3시간 전에 통보했다”며 “정치인의 명예훼손만 유독 서둘러 처리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명박 대통령도 숱한 조롱과 비판의 글이 인터넷에 올라왔지만 한 번도 심의요청을 하지 않았는데 대통령 당선인이라고 해서 심의를 서둘러 진행한 것은 문제”라며 “심의위의 독립성이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심의위 측은 이에 대해 “긴급을 요하는 사안은 이런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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