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프랑스의 느슨한 노동문화를 강도 높게 비판하자 좌파 정권인 프랑스 정부와 노조가 발끈하고 나섰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미국의 농업용 타이어 제조회사인 타이탄 인터내셔널의 모리스 테일러 대표가 아르노 몽트부르 프랑스 산업장관에게 “당신네 근로자가 하루 3시간만 일하는 걸 알기나 하느냐”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면서 양측간의 공방이 벌어졌다고 21일 보도했다.
테일러 대표는 몽트부르 산업장관에게 보낸 8일자 편지에서 “장관은 타이탄이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기를 원하는 것 같다. 우리를 바보로 생각하냐”고 직설적으로 발언했다.
FT는 지난해 타이탄이 프랑스 북부의 굿이어 공장을 인수하려다 포기한 거래를 몽트부르 장관이 다시 추진하자고 물밑 제안을 하자 테일러 대표가 공개적인 반박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테일러 대표는 “프랑스 노동자들은 임금은 많이 받아 챙기면서 쉬느라 한 시간, 밥 먹느라 한 시간, 수다 떠느라 세시간을 보낸 뒤 세시간만 일한다”며 “그래서 프랑스 노조 면전에서 따졌더니 그들은 ‘프랑스식’이라며 콧방귀도 뀌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이런 나라의 공장을 인수한다면 바보”라고 강조했다.
몽트부르 장관도 곧바로 반박에 나섰다. 그는 프랑스어로 쓴 두 장짜리 답신에서 “우리가 얼마나 멍청하다고 당신은 생각하느냐”며 “그렇다면 중국이나 인도에서 만들어진 값싼 타이어를 납품 받아 프랑스로 실어 보내면 될 것”이라고 비아냥댔다.
몽트부르 장관은 “당신 회사가 세계 타이어 업계의 선두인 (프랑스) 미쉐린에 비해 규모가 5%에 불과한데, 타이탄이 프랑스에 진출하면 엄청나게 배울 것이 많을 것”이라고 조롱했다.
프랑스 최대 노동조합 연합조직인 노동자총연맹(CGT)도 비난에 가세했다. CGT는 “테일러가 미쳤다”며 “프랑스 근로자를 모독하는 그 편지는 그가 제정신이 아님을 보여준다”고 비난했다.
이번 편지 파문은 프랑스의 산업경쟁력 감소과 주당 근무시간이 35시간에 불과한 것에 대한 논란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1년의 프랑스 노동시간은 주당 39.5시간으로 유로존 평균 40.4시간보다 적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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