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발표된 박근혜 정부의 5개 국정목표와 21개 국정전략은 새 정부의 지향점을 분명히 드러내주고 있다. '국민행복, 희망의 새 시대'라는 비전에 맞춰 설정한 국정목표를 추진함으로써 '신뢰받는 정부'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과거 같으면 외교 통일 국방을 맨 앞에 배치했겠지만, 이번엔 경제ㆍ과학과 복지 등 국민 개개인의 행복에 관한 일에 우선순위가 매겨졌다. "지구촌 행복시대에 기여하는 모범국가로 발전하자"는 취지에 맞는 설정이라고 본다. 5대 국정목표 중 '창의교육과 문화가 있는 삶'은 그런 것이 '있는' 정도에 그칠 게 아니라 좀 더 강한 목표를 세웠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어쨌든 국정목표에 맞춰 기존 공약을 다듬고 전반적으로 정교하게 조정해 좋은 정부를 만들어가기 바란다. 모든 공약을 다 지키려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다. 모든 공약이 다 환영 받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국정목표 추진과 함께 꼭 새롭게 가다듬어야 할 것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리더십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 당선부터 취임 직전까지 60여일 동안 박 당선인이 보여준 리더십으로는 일반적인 국정 운영은 물론 '신뢰받는 정부' 구축이 어려울 것 같기 때문이다.
이 기간에 국민들은 박 당선인의 육성을 별로 들은 바가 없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 주변에서는 설령 안다 해도 입 밖에 내기 어려운 분위기여서 무언의 불만이 쌓여가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첫 인선 작품인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에서 실패했고, 취임 전부터 주력할 것으로 보였던 '탕평을 통한 국민 대통합' 노력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특히 많은 사람이 지적하듯 일방통행과 불통의 부정적 이미지가 커지고 있다. 장관 후보자 인선 등도 본인이 발표하지 않고 경우에 따라 인수위원장, 부위원장, 대변인이 각각 발표토록 하고 명단만 보내니 인선 배경을 알기 어렵다. 그래서 발표자는 읽기만 할 뿐 질문에 답변을 하지 못하는 일이 생긴다.
새 정부의 얼굴을 구성하는 일은 즐겁고 보람 있는 일일 텐데 박 당선인은 왜 언론을 대상으로, 바꿔 말하면 국민을 대상으로 설명을 하고 이해를 구하지 않을까. 더욱이 일부 인사는 갈수록 하자와 흠결이 더 커지고 있어 국무위원이 되기가 어려워 보인다. 국정 전반은 물론 국민들의 정서를 좌우할 수 있는 주도권을 쥐고 있는데도 박 당선인은 이를 잘 활용하지 못했다.
상호 소통이 부족한 이런 리더십이 개선 불가능할 만큼 고정ㆍ고착됐다고는 믿고 싶지 않다. 1980년대 이후 지금까지 자신을 보전하고 정치인으로 성장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된 측면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정치인 박근혜의 리더십과 대통령 박근혜의 리더십은 달라야 한다. 달라질 수 있다고 남들이 믿게 하고, 달라질 수 있다고 스스로 노력해야 할 문제다.
리더십 개편방법의 하나로 경연(經筵)을 권한다. 경연은 고려ㆍ조선 시대에 임금이 학문과 기술을 연마하고 신하들과 국정을 협의하는 자리였다. 임금에게 문사철(文史哲), 요즘 말로 하면 인문학교육을 함으로써 제왕으로서의 자세를 바로잡고 현명한 역대 통치자들을 본받게 한 제도였다. 한동안 폐지된 적도 있지만 조선 고종 때까지 존속됐으니 중요성을 알 만하다. 하루에 세 번씩이나 경연에 참석한 왕도 있다.
왕조시대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지만, 통치자나 지도자의 리더십이 보편타당하고 호호탕탕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형식이야 어떻든 경연과 같은 정기적 모임을 통해 지속적으로 학자 전문가들과 대화하고 지식과 식견을 주고받음으로써 리더십을 넓히고 살찌우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일방통행 식 국정 운영을 지양하는 방책이 될 수도 있다. 경연 형식의 자리를 운영하는 것은 학문ㆍ문화 진흥에도 큰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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