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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제시 잭슨 목사 아들 비리 '가문의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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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제시 잭슨 목사 아들 비리 '가문의 추락'

입력
2013.02.21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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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 잭슨 주니어(48) 전 미국 하원의원이 선거자금 유용 혐의를 시인했다. 그는 수 년 동안 선거자금 75만달러(8억1,400만원)를 사치품 구입 등 개인용도로 쓴 혐의로 최근 기소됐다. 저명 흑인 인권운동가인 제시 잭슨 목사의 아들이자 10선 의원으로 전국적 지명도를 얻은 그의 정치생명이 이번 추문으로 막을 내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잭슨은 20일 워싱턴 연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서 “몇 년 동안 선거자금에 의지해 살았다”며 “사적으로 쓰면 안될 돈을 사용해 국민을 속였다”고 유죄를 인정했다. 판사의 심문 도중 눈물도 보였다. 최근 시카고 시의원직에서 물러난 잭슨의 부인 샌디도 같은 법정에서 자금유용 기간 중 허위 세금신고를 한 혐의를 인정했다. 잭슨 부부의 유죄 인정은 검찰과의 플리바기닝(형량조정 협상)에 따른 것이다. 검찰은 잭슨에 최대 징역 4년9월, 샌디에 최대 징역 2년을 구형할 방침이다. 잭슨 부부는 유용한 자금 전액을 반납하고 최대 25만달러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잭슨의 변호사는 “잭슨의 위법행위는 심각한 건강문제에서 비롯됐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조울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잭슨은 지난해 6월 의회에 병가를 내고 두 달 간 잠적했고, 11월 선거에서 당선된 뒤 건강을 이유로 의원직을 사퇴했다.

이날 공판에서 검찰은 잭슨이 유용한 자금의 용처를 구체적으로 밝혔다. 4만3,000달러(4,660만원)짜리 롤렉스 금장 시계, 모피코트, 가전제품 등 사치품 구매나 고급 식당 및 휴양시설 방문 등 호화생활을 위한 지출이 대부분이었다. 팝스타 마이클 잭슨이 썼던 중절모를 구입하거나 장식용 동물 박제를 대거 마련하는 데도 썼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이어진 자금 유용은 지난해 덜미가 잡혔다. 7,000달러짜리 엘크 머리 박제를 되팔려다가 구매자를 가장한 연방수사국(FBI)의 함정수사에 걸린 것이다.

앞서 잭슨은 상원의원직을 매수하려 한 혐의로 2009년부터 하원 윤리위원회의 조사를 받아왔다. 2008년 버락 오바마의 대통령 취임으로 공석이 된 상원의원 자리를 얻으려 후임 지명권자였던 라드 블라고예비치 당시 일리노이 주지사에게 거액의 정치헌금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잭슨은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지만, 수사 당국은 이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잭슨의 선거자금 유용 사실을 포착했다.

흑인 인권운동의 대부이자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까지 출마했던 아버지의 후광으로 30세에 민주당 하원의원(일리노이주)에 당선된 잭슨은 건강보험, 빈곤층 교육 등 개혁적 이슈를 앞세워 유력 정치인으로 성장했다. 특히 시카고가 정치적 기반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오바마와 각별한 사이여서 2007년 오바마 대선캠프 공동의장을 맡았다. 아들의 몰락으로 자신의 명예도 큰 타격을 입게 된 잭슨 목사는 가족과 함께 이날 공판을 끝까지 지켜봤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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