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이 좌상귀 패의 대가로 좌하귀 쪽을 뚫었지만 귀의 백이 다시 살아 버리고 나니 흑이 얻은 게 전혀 없다. 우상귀쪽 손실이 너무 커서 A로 호구 친다거나 해서 백 두 점을 조그맣게 잡는 걸로는 도저히 채산이 맞지 않는다.
김지석이 1로 벌려서 최대한 하변 쪽을 크게 키우려고 한 건 당연하다. 하지만 이미 형세는 백 쪽으로 크게 기울었다. 이세돌도 '다 끝난 바둑 더 이상 복잡하게 두기 싫다'는 듯 점잖게 2로 한 칸 뛰어서 B 부근의 침입 수단을 원천 봉쇄했다. 이 정도로 충분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너무 초반이라 김지석이 이대로 돌을 거둘 수는 없다. 5로 어깨 짚어서 최대한 버텨 보지만 이세돌이 6부터 14까지 흑집과 백집의 경계선을 대충 정리한 다음 16으로 하변 삭감에 들어간 게 마지막 마무리 펀치다. 김지석이 일단 17로 반발했지만 18, 20을 선수한 후 22로 뛰어 나가서 절대로 잡힐 말이 아니다.
어쨌든 흑의 입장에서는 백을 그냥 알기 쉽게 살려주면 안 되므로 1, 3으로 차단했지만 이세돌이 별로 힘들이지 않고 안에서 깔끔하게 두 집 내고 살아 버렸고, 이 순간 사실상 이 바둑의 승부도 결정됐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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