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첩첩산중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에 이어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한국 대표팀에 대한 상대 국가들의 견제가 뜨겁다.
20일 대표팀과 NC 다이노스와의 평가전에 대만 측의 전력 분석요원들이 염탐을 해 논란이 된 데 이어 WBC 우승 후보로 꼽히는 쿠바가 21일 NC와의 평가전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상대 팀들에겐 '공공의 적'이 된 셈이다.
당초 NC는 21일 오후 대만 도류시 도류구장에서 쿠바와 연습 경기를 가질 예정이었지만 양 측은 사용구를 두고 이견을 벌이다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결국 배석현 NC 단장과 운영 팀은 경기 시작 15분 앞두고 취소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NC 관계자에 따르면 양 측은 대만에 오기 전 사용구를 따로 쓰기로 합의한 상태였다. NC는 평소 훈련할 때 썼던 빅라인 브랜드의 공으로, 쿠바는 쿠바가 쓰던 공으로 경기를 할 예정이었는데 쿠바가 갑자기 브렛 브랜드의 공을 가져와 경기를 하자고 억지를 부렸다. 그러나 쿠바가 가져온 공은 국내 사용구와 달리 실밥이 두껍고 넓어서 투수들이 부상 위험이 있었다. 그러자 쿠바에서는 대만 공인구를 쓰자고 제안했고, 이마저 거부되자 정체 불명의 공을 내밀며 시합을 하자고 우겼다. 결국 부상 우려 탓에 NC 측에서 재차 거부하자 쿠바는 기다렸다는 듯이 경기를 취소하자는 말을 꺼냈다.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장은 "부상자가 많이 생기고 선수들의 컨디션 저하 탓에 경기가 취소되는 경우는 몇 번 봤지만 시합 공 때문에 경기가 취소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라며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NC 관계자도 "쿠바 측의 주장은 억지 수준이었다. 사전에 합의가 없었다면 모를까 갑자기 이러는 것은 경기를 안 하겠다는 뜻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NC는 두 차례 열린 한국 대표팀과의 경기에서도 WBC 공인구(롤링스)와 NC가 준비한 공(빅라인)을 나눠서 사용했다.
쿠바는 베이징 올림픽 결승전에서 한국에 패해 준우승에 머문 뒤 이번 대회 복수를 다짐하고 있었다. 쿠바는 당초 대회를 앞두고 대만에서 한국과의 평가전을 요청했지만 전력 노출을 꺼려한 류중일 대표팀 감독의 의견에 따라 경기가 열리지 않았다.
결국 NC와 경기를 하기로 했던 쿠바는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으며 몽니를 부린 셈이다. 이는 최대한 전력을 숨기고 있는 한국 대표팀을 보면서 쿠바도 전력 노출을 피하기 위해 꼼수를 부린 측면도 있다.
한국 대표팀에 대한 견제는 어느 정도 예견됐던 바다. 내달 2일부터 대만에서 열리는 WBC 1라운드를 앞두고 상대 국가들의 집중 견제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이재상기자 alexe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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