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3차 핵실험 다음날인 12일 북핵 관련 보고서 2건이 작성돼 미국 워싱턴의 연방의회에 제출됐다. 이후 연방의회에서 북한 규탄 결의안을 비롯해 테러지원국 재지정, 북한 핵확산 금지 등과 관련한 법안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의회가 이처럼 빠르고 강하게 대응한 것은 1, 2차 핵실험 때와는 다른 양상이다. 한 소식통은 “의회 보고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의회조사국(CRS)이 북핵 실험 다음날 펴낸 보고서 2건의 제목은 ‘북한의 핵무기 : 기술 쟁점들’과 ‘포괄적 핵무기 실험 반대 조약 : 배경과 현재 상황’.
이 중 북핵 협상의 실패사를 담은 ‘북한의 핵무기’는 향후 협상 가능성을 전망하고 유엔 제재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의회의 독자 제재를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보고서는 “3차 핵실험으로 북핵 협상의 성공 가능성이 훨씬 낮아졌다”면서 “의회는 행정부에게 외교적 조치를 제한하거나 반대로 요구하는 입법을 통해 협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용한 행정부와 달리 의회가 북한을 규제하는 각종 법안을 잇따라 내놓는 이유인 셈이다. 그러나 보고서에서 가장 주목되는 내용은 비확산과 관련한 미국의 대응이다. 미국 정부는 그 동안 북핵 확산을 경고하면서도 이를 어겼을 경우 어떻게 할지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2009년 국가정보국(DNI)의 의회 보고를 인용, 북한이 정권 종말적인 군사적 대치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데니스 블레어 당시 DNI 국장은 의회 증언에서 “북한이 미사일과 핵 기술을 확산시킬 것이라는 우려는 계속 있었다”며 “재정적 이익과 무기 개량을 위한 정보 교환, 도발적 성향이 그 배경”이라고 지적했다. 블레어는 그런 사례로 북한이 과거 탄도미사일과 관련 부품을 이란 등에 판매하고 시리아의 원자로 건설을 지원한 사실을 공개했다. 블레어는 그러면서 “핵 물질이 다른 국가 또는 단체에 유입돼 핵 공격에 사용되고 미국이 그 핵 물질의 출처를 북한으로 확인하면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정권 종말의 군사적 대결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말해 핵 확산이 곧 물리적 충돌을 의미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블레어의 발언 이후 미국은 핵 확산에 따른 대응을 더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블레어는 “북한이 핵무기나 무기급 핵 물질을 판매하는 위험을 무릅쓰기 보다는 핵 기술이나 덜 민감한 핵 장비를 제3국 또는 비정부 기구에 판매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북한이) 핵무기 규모가 커지고 극단적 경제난에 봉착하면 핵 확산의 충동에 사로잡힐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21일 북한과 이란의 핵실험 연계 의혹에 대해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 핵실험을 했고 이란이 이 자료를 공유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나오는 추측”이라며 “아직 확인된 게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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