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해 적금ㆍ보험 해약하고 대출 받아 ABCP 80억 매입, 구조조정ㆍ자산매각 광범위하게 진행
쌍용건설 임직원들이 기업을 살리기 위해 월급을 반납하는 건 물론 저금을 해약하고 대출을 받아 자사 발행 어음을 매입하는 등 눈물겨운 회사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1998년 모기업 쌍용그룹 해체 후 고급건축 시공 능력으로 독자 생존을 모색해 온 쌍용건설이 15년 만에 다시 생사의 갈림길에 섰기 때문이다. 이달 말 만기가 도래하는 어음 600억원을 막지 못하면 부도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이미 총 급여의 50%가 깎인 임원들이 이달 유동성 위기 심화로 월급을 받지 않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21일 밝혔다. 임원들 월급은 지난해 11월에도 지급되지 않았다. 이 뿐만 아니라 임직원들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지난해 11월 서울 우이동 콘도를 담보로 발행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80억원어치를 협력업체와 함께 매입했다. 이를 위해 1인당 수백만원에서 2억원까지 갹출해야 했다. 상여금 200%가 깎인 상태에서 직원들이 적금ㆍ보험을 해약하고 대출을 통해 마련한 ‘피 같은 돈’이었다. 임원 50%, 직원 30%구조조정도 지난해 9월 일찌감치 단행됐고 자산매각도 광범위하게 진행 중이다. 와중에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반납할 쌍용건설 지분(38.75%)을 금융위원회가 출자 비율에 따라 예금보험공사와 23개 채권 금융기관들에 넘기기로 해 12년 만에 최대주주가 캠코에서 예보(12.28%)로 바뀐다.
직원들의 눈물겨운 노력에도 쌍용건설의 회생은 어려워 보인다. 지난해 말 신용등급이 BBB+에서 BB-로 떨어지면서 2월 초까지 받아야 할 공사 선수금 1,500억원을 받지 못했다. 이로 인해 자본금 1,400억원 전액 잠식을 공시한 지난주에는 B-로 더 떨어졌다. 쌍용건설이 생존하려면 우선 채권단으로부터 이달 말까지 돌아올 어음을 막기 위해 부족한 자금 300억원을 수혈 받아야 한다. 이어 채권단의 1,500억원대 출자전환이 이뤄지면 유상증자를 통해 재기가 가능해진다. 하지만 캠코의 비용 분담을 요구하는 채권단과 부실채권정리기금 운용 시한을 이유로 이달 22일 손을 떼려는 캠코가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임직원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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