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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만에 한국인이 된 미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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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만에 한국인이 된 미국인

입력
2013.02.20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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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복무를 통해 나는 모두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 이 곳이 진정 조국이며, 나는 정말로 미국인이라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게 됐다. 이것이야말로 군 복무가 나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다."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불과 1년여 전 미 해군 잡지 에 기고한 글이다. 그는 존스홉킨스 대학 졸업 후 "내가 나라에서 받은 것에 보답하고 싶다"며 미 해군에 들어갔고 7년 동안 핵잠수함을 타며 자신의 표현대로 '완전한 미국인'으로 거듭났다.

김 후보자는 제임스 울시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 미국의 고위 정보관리와 긴밀한 관계였고, CIA가 직접 설립한 벤처펀드에서 이사를 맡는가 하면, CIA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했다. 이 정도라면 미 정보기관도 그를 '완전한 미국인'이라고 인정한 셈이다.

여기까지는 좋다. 재미동포가 바늘구멍보다도 비좁다는 미국 주류사회에 들어가 아메리칸 드림을 이뤘다는 건 같은 핏줄로서 오히려 박수칠 일이다.

문제는 그가 성공한 재미한국인으로 남지 않고, 한국정부의 국무위원이 되려고 한다는 데 있다. 물론 개방시대에 국적을 시시콜콜 따지는 건 고루하다. 외국인이나 이중국적자라 하더라도 뛰어난 능력이 있다면 얼마든지 공공부문에 수입하는 게 좋다.

하지만 쓸 자리는 따로 있다. 카이스트 총장으로 초빙됐던 미국국적의 서남표 박사나 관광공사사장을 지낸 독일 출신 귀화인 이참씨의 케이스라면 왈가왈부할 이유도 없다. 미국을 조국이라 외친 인사가 국가 최고급 정보를 다루고, 미국과 한국의 이익이 충돌하는 의사결정을 내릴 수도 있으며, 만에 하나 국가원수 유고 시에 승계 서열상에 있는 국무위원이 된다는 게 분명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장관인선 발표 3일전에야 부랴부랴 국적회복을 신청하며 '나는 한국인'이라고 외친다면, 과연 이를 받아들일 국민들이 얼마나 될는지.

이건 편협한 국수주의도 아니고, 새 정부의 출발에 재를 뿌리려는 것도 아니며, 반미는 더더욱 아니다. 단지 장관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김종훈씨가 2011년 해군 잡지에 기고한 글을 제보해 준 미국의 탐사 기자 팀 샤록조차 "김 후보자가 미국 정부 및 정보기관과 긴밀한 끈이 있는데도 박근혜 당선인이 그를 고위직에 낙점했다는 게 충격"이라고 말했다.

박 당선인은 '투철한 국가관'을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김종훈씨가 미국에 대해 투철한 국가관을 갖고 있다는 건 그의 기고와 활동을 통해 입증됐다. 하지만 정작 한국에 대해 얼마나 투철한 국가관을 갖고 있는지는 알 수조차 없다. 아무리 봐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이다.

최진주 산업부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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