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 공직 퇴임→ 직무 유관 기관 취업 후 거액 연봉 수입→ 고위 공직 재지명'. 정홍원 총리 후보자를 포함해 박근혜정부에 기용된 각료 후보자 5명이 공통적으로 밟고 있는 코스이다. '판ㆍ검사-로펌 고문' '경제관료- 은행ㆍ기업 사외이사' '육군대장- 무기 중개업체 고문' 등 패턴도 다양해지고 있다.
물론 개인의 전문성을 민간 부문에 접목시킬 수 있는 측면이 있는데다, 취업한 회사로부터 거액을 받은 사실 자체를 무조건 문제 삼을 수 없다는 변론이 있을 수 있다. 문제는 이들이 감독권을 행사하던 유관 기관에 취업할 경우 자신의 공직 경험을 이용해 부당하게 영업상 이익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민간에서 전관예우로 거액을 챙긴 뒤 관(官)에 재기용되면 공직윤리 문제를 낳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근무했던 로펌이나 기업들의 청탁에 노출될 우려도 있다.
그럼에도 민간에서 다시 공직에 입성하는 악순환을 끊을 법적 장치는 전무하다. 그간 논의가 고위공직에서 물러난 뒤 유관 기관에 취업하는 연결 고리를 제한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이다. 퇴직 법조인의 일정 기간 사건 수임을 제한하도록 한 변호사법 개정 등이 그런 사례이다.
정치권에서도 이번 논란을 계기로 전관예우를 받은 인사들의 공직 재진출 제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 소속 민주통합당 간사인 이찬열 의원은 20일 통화에서 "설사 임명권자가 부르더라도 다시 공직에 들어가선 안 되는 인사들이 지나치게 많다"며 "공직자윤리법 개정 등 관련 법 개정을 통해 로비 의혹이 있거나 과도한 급여를 받은 인사들의 장ㆍ차관 임명을 합리적 수준에서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해 8월 마련한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 법안'이 주목받고 있다. 이 법안 16조엔 차관급 이상의 공직자와 지방자치단체장 공공기관장 등 고위 공직자가 신규로 임명될 경우 민간 부문에 재직할 당시 이해관계를 신고하고 관련 직무에 일정 기간 참여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규정돼 있다. 권익위 관계자는 "대통령령이 규정하는 공익 증진이나 민간 부문의 전문성 활용에 해당되지 않는 명백한 이해관계자일 경우 해당 부처 장ㆍ차관 임명을 제한할 근거가 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이 법안에 대해 "충분히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외국의 경우에도 민간 취업 고위 공직자들의 장관 임용 제한을 이미 강화했거나 추진하고 있다. 영국의 '장관 행동강령'에 따르면 장관직 임용 시 후보자는 물론 배우자 및 가족의 이해관계를 서면으로 제출해야 한다. 프랑스도 공직자가 이해관계 신고를 고의적으로 누락하거나 명백하게 거짓으로 신고할 경우 벌금형(3만유로)은 물론 선거권을 박탈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함성득 고려대 교수는 전관예우 인사의 정부 기용에 대해 "법률 이전에 국정 운영과 국민 정서에 관한 문제"라며 "법률을 통한 검증 시스템 마련도 필요하지만 임명권자가 비상식적으로 한 달에 1억 이상 받은 인사에 대해 '아, 이 사람은 안 되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먼저"라고 지적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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