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서울대 출신 카레이서, F1 엘리트 코스 달린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서울대 출신 카레이서, F1 엘리트 코스 달린다

입력
2013.02.20 14:23
0 0

'맨 땅에 헤딩'이라는 표현이 누구보다 잘 어울린다. 무모한 도전의 연속이지만 한 줄기 서광이 비치고 있다. 한국 최초의 포뮬러원(F1) 드라이버에 도전장을 내민 서울대 공대 출신의 카레이서 임채원(29ㆍ에밀리오 데 빌로타)의 이야기다. 스페인으로 건너가 한국인 첫 유러피언 F3 오픈 풀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그는 무한 에너지와 열정을 바탕으로 꿈을 향한 기어 변속을 시작했다.

서울대생의 무모한 도전기

임채원은 F1의 유망주들이 거치는 코스인 유러피언 F3 오픈에 올해부터 출전한다. 지난 17일(한국시간) 프랑스 폴 리카드 서킷에서 열린 대회 윈터시리즈 첫 경기에서 4위를 차지하며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다. 윈터시리즈는 F3 오픈의 전초전으로 메인시리즈 못지 않은 팽팽한 긴장감 속에 진행되는 대회다. 올해 처음으로 F3에 도전하는 임채원은 미캐닉과의 첫 호흡에도 불구하고 연습주행에서 가장 빠른 랩타임(2분04초506)을 기록, '무서운 루키'의 탄생을 알렸다.

깜짝 출현한 동양의 신성에 F3계가 발칵 뒤집혔다. 2년간 일본에서 포뮬러를 탄 이력이 전부인 드라이버가 베스트 랩 기록을 냈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부터 카트를 타는 등 정규 코스를 밟아온 카레이서가 아닌 일명 '듣보잡'이 불쑥 치고 들어오자 동료들은 신기하다는 반응이다. 임채원은 "동료들이 도대체 '어디서 왔냐', 어디서 레이스를 했냐'라는 말을 많이 한다. 단계를 거쳐서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온 드라이버들이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다"며 "사실 일본에서도 포뮬러에 대한 이력이 전혀 없었던 터라 시기를 많이 받았다"고 웃어넘겼다.

사실 서울대 기계공학부를 졸업한 그는 늦깎이로 레이싱에 입문했다. 2004년 입학해 공학도를 꿈꿨지만 결국 운동에 대한 '한'을 풀기 위해 2009년 무턱대고 머신을 몰았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운동에 재능이 있다고 스스로 생각했다. 하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못했다"며 "서울대에 입학하면서 '뭘 해도 잘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고, 한으로 남아있던 운동을 시작했다. 원래 자동차를 좋아했고, 저 자신만 믿고 뛰어들었다"라고 설명했다. 투어링카부터 시작한 그는 2010년 처음으로 출전한 1,600㏄ 클래스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혜성 같이 등장, 무한한 가능성을 드러냈다.

포뮬러계의 김연아가 꿈

2년간 국내에서 활동한 그는 돌연 포뮬러를 타겠다고 결정했다. 그는 "국내에서 레이싱을 하는 건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포뮬러에 대한 기본기가 전혀 없었음에도 일본으로 향했다"며 "공교롭게 대학 졸업식 날에 일본행 비행기를 타고 새로운 항해를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안정적인 생활을 버리고 모험을 택한 이유를 김연아에 빗대 설명했다. "김연아가 국내에서 계속 우승했으면 누가 알아줬겠나.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올림픽 금메달을 따서 지금처럼 될 수 있었다. 저도 포뮬러계의 김연아가 되기 위해 큰 무대에 도전했다."

이제 임채원은 4월27일 프랑스에서 개막하는 유러피언 F3 오픈 첫 대회 출전을 앞두고 있다. 그는 "지난 2년 동안은 중간 중간에 레이스가 있으면 들어가는 식이어서 준비가 부족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에밀리오 데 빌로타 팀의 테스트를 통과한 덕분에 체계적으로 관리를 받으면서 시작할 수 있게 됐다. 또 준비하는 과정인 윈터시리즈에서 좋은 경험을 한 것 같아서 자신감이 생긴다"고 설레는 마음을 표현했다.

한국인 최초 F1 드라이버가 가시적인 목표다. 꿈을 위해선 올해 좋은 성과를 거둬야 한다. 그는 "안정적인 레이스를 펼쳐 상위권에 꾸준히 랭크되고 싶다. 그리고 포디엄(3위 이내)에 반드시 올라가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11월 '킹 오브 더 킹'을 뽑는 '레이스 축제'인 마카오 그랑프리 출전에 대한 욕심도 드러냈다. "올해 마카오 그랑프리가 60회째를 맞는다. 한국인 중에 누구도 출전한 적이 없는 의미 있는 도전을 해보고 싶다." 마카오 그랑프리 F3의 우승자는 F1 출전이 보장된다. 가시적인 목표 외에도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열악한 환경에서 시작했는데 그에 대한 불만은 없다. 이제 한국 모터스포츠도 '알'을 깨고 나와야 한다. 더 나아가서 자동차 산업까지 발전시키는 토대를 만들 수 있는 드라이버가 되고 싶다."

● F1 유망주들의 무대… 20명의 레이서가 총 8라운드 경쟁

유러피언 F3 오픈은 포뮬러의 최고봉인 F1(2,400㏄ 750마력)과 GP2(4,000㏄ 612마력)의 바로 아래급 레이싱 대회다. 주로 F1 유망주들이 배기량 2,000㏄와 최대 출력 230마력, 최고속도 250㎞의 머신을 타고 경쟁을 펼친다. 유러피언 F3 오픈에서 풀 시즌 참가를 하려면 3억~5억원의 출전 비용이 든다. 유러피언 F3 오픈의 풀 시즌 출전은 임채원이 한국 선수 중 최초. 4월27일 프랑스 폴 리카드 서킷에서 열리는 개막전을 시작으로 총 8라운드로 진행되고, 20명의 레이서가 경쟁을 펼친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