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중 은행장들이 현장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경기 침체와 원화 절상 이중고에 신음하는 중소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직접 현장에 뛰어들고 있는 것. 새 정부의 최대 역점사업인 중소기업 육성을 적극 뒷받침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종준 하나은행장은 이날부터 이틀간 대구ㆍ경북 지역 중소업체 4곳을 방문해 중기 대출 확대 및 금리인하(최고금리 연 16%→14%) 등의 지원책을 소개할 계획이다. 김 행장은 "올해 3조원 규모의 중기 대출을 단행할 것"이라며 "정책자금 등을 활용해 낮은 금리의 대출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다짐했다.
윤용로 외환은행장은 이달 말 울산을 시작으로 대구ㆍ경북 지역 중소기업 등을 둘러볼 예정이다. 더불어 계열사인 하나은행 김 행장과 함께 '중기 경영인 초청 컨퍼런스'도 틈틈이 열기로 했다.
앞서 민병덕 KB국민은행장은 15일 서울 금천구의 한 중소기업 현장을 둘러본 뒤 "중기에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보증기관 특별출연을 통한 중기ㆍ소상공인 대출한도 확대, 중기 특별 금리우대 프로그램을 시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서진원 신한은행장도 같은 날 부산ㆍ울산 지역을 찾아 중기 대표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서 행장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현재 30여명인 기업금융부 산하 컨설팅팀 인원을 30%가량 늘리기로 했다.
신충식 농협은행장은 이달 초 경기 지역 중소기업을 방문해 "25일까지 중소기업용 긴급자금 1조5,0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신 행장은 또 중기 유동성 지원과 이자부담 경감을 위해 0.3%포인트 특별우대금리를 적용하겠다는 입장도 전달했다.
강만수 KDB금융그룹 회장은 일찌감치 현장 투어를 끝냈다. 그는 지난해 9월부터 3개월 동안 광주, 청주, 부산, 대구, 서울, 경기, 수원 등을 돌며 중소기업 대표들과 간담회를 했다. 이 자리에서 대출금리 인하 등을 요청 받은 강 회장은 특별 저금리대출 한도증액(3조→5조원) 및 기간연장(작년 12월 24일→올해 2월 28일)을 시행하겠다고 화답했다. 지난달엔 중소기업이 보유한 지적재산권(특허)을 담보로 자금 조달이 가능하도록 1,000억원 규모의 지적재산권(IP) 투자펀드를 설립하기도 했다.
전체 대출 중 중기 대출 비중이 75%가 넘는 기업은행은 올해 54개 중기를 탐방할 계획이다. 조준희 IBK기업은행장은 "현장에 나가면 중기의 어려운 자금 사정뿐 아니라 사회적 문제도 알게 된다"며 "거래 중기 중 한 제조업체는 특성화고 출신을 자체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키워놓으면 대기업이 빼내가는 경우가 많다는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은행권 수장들이 앞다퉈 '찾아가는 서비스'를 벌이면서 '현장 탐방→경영애로 청취→해결책 제시'의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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