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현대자동차는 ‘포니’ 6대를 배에 실었다. 행선지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에콰도르. 우리나라 첫 고유모델 자동차를 수출하는 개가였다. 1년 앞서 기아자동차는 ‘브리사 픽업’ 10대를 카타르로 수출했다.
그로부터 38년이 흘렀다. 한 지붕으로 합쳐진 현대차와 기아차는 마침내 해외판매 5,000만대를 돌파하게 됐다. 산업의 결정판으로 불리는 자동차 분야에서 명실상부한 글로벌 강국 반열에 오르게 된 것이다.
20일 현대차 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현대차와 기아차의 해외 누적 판매량은 4,833만대. 양 사의 월 평균 해외 판매량이 50만~60만대인 점을 감안하면 3월 중엔 해외 누적 판매량 5,000만대 돌파가 확실시된다고 그룹측은 전했다.
5,000만대는 현대차 아반떼를 한 줄로 세울 경우 지구를 5.7바퀴 돌 수 있는 양이다.
현대ㆍ기아차는 2001년 해외 누적 판매 1,000만대를 돌파했으며 2006년 2,000만대, 2009년 3,000만대, 2011년 4,000만대를 넘어서는 등 기하급수적으로 판매량을 늘려왔다. 이 같은 성장속도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는 평가.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를 자기기술로 만들 수 있는 나라는 얼마 되지 않는다. 이 짧은 역사를 가진 한국이 100년 자동차 역사를 가진 미국 일본 독일과 경쟁한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말했다.
물론 처음부터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북미시장 공략의 ‘워밍업’차원에서 84년 캐나다 수출에 성공했지만 배기가스 규제문제로 끝내 미국 땅을 밟지 못했고, 89년 캐나다 퀘벡에 건설한 첫 해외공장 역시 품질한계로 4년 만에 문을 닫기도 했다.
하지만 정몽구 회장 취임 이후 본격적인 해외생산체제 구축과 브랜드가치 제고전략으로 2000년대 들어 현대ㆍ기아차는 빠른 속도로 질주했다. 현재 해외현지 생산 규모는 미국 60만대, 유럽 60만대, 중국 144만대, 인도 60만대, 터키 10만대, 러시아 20만대, 브라질 15만대 등이다.
그 결과 현대ㆍ기아차는 최대 격전지인 미국에서 작년 말 기준 1,220만대를 웃도는 누적 판매 실적을 보였고, 급성장하는 중국 시장에서도 지난해 말까지 660만대 이상을 판매했다. 재정위기 진원지인 유럽에선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 가운데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행진을 이어가고 있고, 러시아 브라질 인도 등 신흥시장과 중동 아프리카 등에서도 판매량이 급신장하고 있다.
현대차는 국내생산 19개 모델과 현지 특화 18개 차종을 185개 지역에서 판매하고 있다. 기아차도 18개 모델(상용차 제외)을 166개국에 수출하며 8개 해외전략 차종을 현지에서 생산하고 있다. 현대차 그룹 관계자는 “가격으로 경쟁하던 단계는 졸업했으며 이젠 품질로 평가 받고 제값으로 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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