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1921~68) 시인의 부인 김현경(86)씨가 남편의 삶과 문학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회고록 을 펴낸다. 70년 가까운 세월을 ‘김수영의 여인’으로 살면서 지켜본 시인의 문학과 당시 문단의 풍경, 잊지 못할 시인과의 일화 등을 구술한 것에 과거 기고했던 에세이 두 편을 덧붙여 묶은 책이다.
서울 진명여고를 졸업하고 이화여대 영문과를 다닌 엘리트 신여성이었던 김씨는 여고 2학년 때 일본 유학 중 잠시 귀국한 김 시인과 처음 만났다. 책에는 문학소녀 시절 김수영의 격려를 받고 기뻐하던 일부터 두 사람이 문학과 미술, 패션 등 다양한 예술 분야의 교감을 주고받던 이야기, 남편이 징집된 사이 다른 남자와 동거하게 된 아내를 찾아와 “가자” 한 마디로 손을 내밀며 두 번째 결혼 생활을 시작하게 된 일화 등 두 사람의 연애ㆍ결혼사가 가감 없이 드러나 있다.
시인이 육필로 휘갈겨 쓴 시를 정서하며 최초의 독자 역할을 했던 김씨가 기억하는 시인의 치열한 문학정신과 당시 한국 문단의 생생의 모습도 읽는 재미를 준다. 김씨는 서문에 ‘당신은 48세의 모습으로 정지해 있지만, 저는 반세기 넘게 지독한 사랑의 화살을 꽂고 살고 있다’며 ‘나는 아직 당신과 동거 중입니다’라고 적었다. 책은 이달 말 출간된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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