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귀 전투 결과 백이 약간 이득을 봤지만 그래도 아직은 어느 쪽이 확실히 유리하다고 단언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김지석이 곧바로 우변에서 1, 3으로 움직여서 뭔가 수를 내려 한 게 너무 성급했다. 지금은 중앙 백 한 점을 시원하게 빵때림 한 후 다음 기회를 노리는 게 옳았다.
3, 4를 교환한 다음 7로 한 칸 뛰는 게 이런 형태서 흔히 사용되는 맥점으로 백이 무심코 1로 흑 한 점을 따내는 건 2, 4로 회돌이를 당해서 큰일 난다. 그래서 이세돌이 8, 10으로 응수한 건 당연하고 김지석이 11, 13으로 단수 쳐서 갑자기 엄청나게 큰 패싸움이 벌어졌다.
여기까지는 진작부터 김지석이 생각했던 것과 똑같은 수순인데 이후의 진행 과정에서 한 가지 중대한 차이가 있었다. 김지석은 15의 패감 때 백이 A로 흑 다섯 점을 따내서 패를 해소한다고 생각했는데 실전에서는 이세돌이 그게 아니라 16으로 귀의 흑 넉 점을 단수 쳤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백이 패를 이긴 것은 물론 원래 잡혀 있던 백 석 점이 거꾸로 흑돌을 잡고 살아가게 된 것이다. 이건 엄청난 이득이다. 더욱이 좌하귀는 15, 17로 차단당해도 20, 22까지 반쪽은 살 수 있기 때문에 흑의 손해가 훨씬 커졌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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