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제3차 핵실험을 한지 10일이 경과되고 있다. 그러나 벌써 이 일은 지금 우리의 뇌리에서 잊혀져가고 있다. 이번 북한 핵실험의 결과로 제기된 여러 문제들에 대해 중구난방으로 떠들다가 시간이 지나면 유야무야되는 전례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보다 근본적이고 포괄적인 대책 마련을 통해 북핵문제 해결의 고삐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북핵문제 해결의 기회를 다시 놓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북한 핵개발의 배경은 경제, 외교, 군사 분야에서 남한을 위시한 남방 삼각관계에서 드러난 심각한 불균형과 열세를 만회해보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특히 3차 핵실험은 2008년 김정일의 건강악화 이후 체제생존 차원에서 재작동한 핵보유를 위한 노력의 연장선에서 보아야 할 것이다. 게다가 '레짐 체인지'가 공공연히 거론되고 대북압박과 봉쇄정책이 계속되는 상황은 핵과 장거리 로켓 실험에 대한 유혹을 부채질했다. 이번 북한의 핵실험은 온건한 도발로서는 국제사회의 대응 역시 온건한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것을 간파하고 취한 선택으로 보인다. 한ㆍ미‧중이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던 작년 12월 로켓발사 성공에 이어 이번 핵실험으로 협상의 흐름을 바꾸어보려는 것이다.
북한은 금번 핵실험의 특징으로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를 언급하면서 핵실험이 미국을 겨냥한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미국과의 협상을 위한 수단임을 노골적으로 표시하고 있다. 그럼 미국과의 협상이나 대화가 가능할 것인가. 당장은 어려울 것이다. 우선 미국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조치의 강도를 높여나가는데 주력할 것이다. 오바마 제2기 정부는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에 협상파를 배치하였으나 국내 여론의 압박으로 당장 대화국면으로의 전환은 어려울 것이다. 대안 부재의 상황에서 머지않아 협상국면 조성에 나설 것이다.
문제는 유엔이 강력한 추가 제재를 결의하고 별도로 한‧미‧일이 양자차원에서 제재조치를 취해나간다면 북한은 그들이 예고한대로 '강도 높은 2차, 3차 대응조치'를 실행에 옮길 것이라는 점이다. 이런 상황이 현실화되면 북핵문제는 이제 본격적인 강대국 정치의 대상이 되고 한반도 문제가 글로벌 안보이슈로 자리매김을 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될 경우 한반도 문제에서 우리의 주도권은 약화되고 심지어 우리가 소외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1월 외무성 성명에서 6자회담과 '9ㆍ19 공동성명'은 사멸되고 한반도 비핵화는 종말을 고했다고 선언하고 한반도를 포함한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대화와 협상은 가능하다는 입장을 천명하였다. 북한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이제 핵무기의 실전배치가 시간문제이니 만큼 단도직입적으로 안보와 안보를 바꾸는 협상을 하자는 것이다. 6자회담과 '9ㆍ19 공동성명'의 이행은 안보와 경제문제의 교환 방식이었는데, 이는 성공하지 못했고 앞으로도 성공하기 어렵다고 북한은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북한 경제문제 해결은 김정은 체제의 안정을 위한 필수 요소임을 부정할 수 없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새 정부는 대응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남북간에 대화의 창구를 열자는 것이다. 일단 남북대화를 시작하는 것이다. 우리가 손을 놓고 있으면 북핵문제는 미‧중의 관점에서 그들의 이해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될 것이다. 북한은 금번 핵실험이 철저하게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사실상 공을 우리 쪽에 넘긴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만큼 새 정부의 대응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북한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의제로 대화의 문을 열어 놓고 있다. 남북대화를 진행하면서 평화체제와 비핵화에 대한 논의를 병행하고 남북대화를 중심으로 관련국들의 역할을 분담하는 전략적 틀을 강구해야 한다. 박근혜 당선인이 제시한 한반도 신뢰구축 프로세스를 현실에 맞게 적용하는 것이다. 그래야 남북대화가 지속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체제구축과 비핵화를 위한 다자 틀을 가동할 수 있을 것이다. 새 정부의 현명한 대응을 촉구한다.
이봉조 극동대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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