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정상회담(22일)을 위해 21일 미국을 방문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줄 두툼한 선물 꾸러미를 챙겼다. 하지만 설익은 내용이 많아 말잔치로 끝날 가능성도 적지 않다.
20일 니혼게이자이(日經)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민주당 정권이 발표한 '2030년 원전제로 정책'을 수정할 뜻을 오바마 대통령에게 전달키로 했다. 2011년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사고 당시 집권당이었던 민주당은 원전을 단계적으로 폐기하는 정책을 마련했다. 미국은 일본이 원전을 포기할 경우 핵원료인 플루토늄을 보관할 명분은 물론, 일본의 핵억지력도 사라져 중국과 북한을 견제하는 힘을 상실할 것을 우려해왔다. 아베 총리는 원전의 지속적 운영을 택함으로써 일본의 군사력 강화라는 실리와 미국의 명분을 충족시키게 됐다.
아베 총리는 오키나와(沖繩)현 기노완(宜野彎)시에 위치한 미군 후텐마(普天間) 기지를 헤노코(邊野古) 지역으로 이전하는 데 필요한 공유 수면 매립을 내달 중 오키나와현에 신청하겠다는 의사도 오바마 대통령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2009년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당시 총리는 시내 한 복판에 들어선 후텐마 공군기지를 일본에서 철수시키겠다고 공언하면서 미국과 대립각을 세웠으나, 아베 총리는 현 내에 이전하는 선에서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아베 총리는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참여하고 국제결혼한 부부가 이혼 등으로 갈라선 뒤 한쪽이 자녀를 일방적으로 다른 나라로 데려가는 것을 막기 위한 '국제아동납치 민간부분에 대한 헤이그협약'에도 가입할 뜻을 전달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를 모두 실현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아사히(朝日)신문의 여론조사에서 원전제로를 지지하는 응답자가 7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원전 재가동에 대한 불신이 많다. 헤노코 공유수면 매립 허가권을 가진 나카이마 히로카즈(仲井眞弘多) 오키나와현 지사는 후텐마 기지의 헤노코 이전에 반대하고 있어 매립 허가를 내줄 지 의문이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