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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고 소액… 차명계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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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고 소액… 차명계좌 아니다"

입력
2013.02.20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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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20일 조현오(57) 전 경찰청장의 사자(死者) 명예훼손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것은 "차명계좌 발언은 진실"이라는 그의 주장을 입증할 어떤 객관적 증거도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조 전 청장은 서울경찰청장이던 2010년 3월 서울경찰청 기동단 팀장급 이상 460여명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사망 바로 전날 10만원권 수표가 입금된 거액의 차명계좌가 발견돼 노 전 대통령이 부엉이바위에서 뛰어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검찰 수사 및 법원 재판 과정에서 이 발언의 근거에 대해 "2010년 3월 나보다 정보력이 훨씬 뛰어나고 믿을 만한 유력 인사에게서 우연히 차명계좌 얘기를 들었고, 그 해 12월 검찰 관계자 2명에게서 더 자세한 얘기를 전해들었다"며 청와대 제2부속실 소속 박모 비서관과 윤모 행정관 명의의 시중은행 계좌 4개에 대한 검찰 수사보고서를 증거로 제출했다. 이 4개 계좌가 비자금을 세탁하기 위한 용도로 쓰인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계좌 확인 결과 입출금 내역 대부분은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를 보좌하던 이들이 직접 밖에 나가 물건을 사기 힘든 권 여사로부터 현금을 받아 입금한 뒤 대신 구매한 기록이었고, 나머지는 수십만원대의 비서관 등의 개인 거래 내역이었다. 이날 조 전 청장을 법정구속한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이성호(46) 판사는 "이들 계좌의 총 입금액이 16억원을 넘는다고 하지만 잔고는 대체로 수백만원에 불과해 객관적으로 조 전 청장이 말하는 거액의 차명계좌에 해당한다고는 도저히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판사는 이외에도 4개 계좌에 ▦권 여사의 언니가 2005년 6월 차량을 대신 구매해 주며 권 여사로부터 2차례 1,700만원을 입금받아 기아차 계좌로 1,650여만원을 입금한 내역 ▦박 비서관이 자신의 전세보증금으로 사용하기 위해 동생에게 돈을 빌리며 2007년 10월23일 5,000만원, 같은 해 12월31일 2,500만원을 입금받아 자신의 국민은행 계좌로 송금한 내역 등이 있는 것도 노 전 대통령 차명계좌임을 입증하는 증거라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조 전 청장은 이날 자신이 법정구속될 것을 예상하지 못했던 듯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법정에 함께 온 경찰 측근들은 선고 직후 부리나케 상부에 전화로 보고하느라 분주했다. 경찰은 강희락 전 경찰청장이 함바집 비리 사건으로 구속된 데 이어 조 전 청장까지 법정구속되자 크게 술렁이는 모습이었다. 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조 전 청장이 경찰 지휘관으로서 내부적으로 한 발언인데 이런 점을 법원이 감안해주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고, 서울 일선 경찰서의 한 경찰관은 "경찰 행사에서 나온 발언으로 법정구속한다면 앞으로 사적 모임이나 내부 회의에서도 항상 확실한 증거를 갖춘 이야기만 해야 하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조 전 청장에 대한 선고공판을 담당한 이성호 판사는 대일고,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95년 37회 사법고시에 합격, 1998년 서울지법 의정부지원에서 법관 생활을 시작했다. 이 판사의 부인은 MBC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등에 출연한 배우 윤유선(44)씨로, 이 판사의 판결이 화제가 되고 부인이 배우라는 사실이 알져지자 네티즌들의 관심은 증폭돼 '윤유선'이라는 이름은 이날 포털 사이트 검색어 순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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