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슬링이 2020년부터 하계올림픽의 정식종목에서 제외되기로 했다는 IOC 총회 결과를 두고 많은 사람들이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그들은 모두 레슬링이라는 운동 종목이 가지고 있는 더할 나위 없는 아날로그적 속성과 육체성을 언급하며 연민에 겨운 표현을 한다. 몸뚱어리 하나로 상대와 맞서야 하는 레슬링은 사실 화려함도 없고 재미도 없다. 경기 내내 지루하게 상대의 몸과 붙었다가 떨어지길 반복한다. 그리고 맨바닥에서 한 선수는 뒤집으려고 애를 쓰고 한 선수는 뒤집히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게다가 레슬링은 유니폼조차도 변변치가 못하다. 스포츠 산업 공학적인 측면에서 글로벌 브랜드들의 스폰서를 받기가 힘들다. 하지만 레슬링은 그래서 권투와 더불어 가장 인간적이고 원초적인 감성을 건드리는 스포츠다. 나도 어렸을 적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들이 선전하는 것을 보면서, 형과 어지간히 방에서 레슬링을 해댔다. 그러다가 머리도 찧고 코피를 흘려보기도 했다. 파테르 자세를 흉내내보기도 하고, 레슬링 선수들처럼 근력을 키우기 위해 철봉이나 밧줄에 매달려보기도 했다. 레슬링은 공이나 방망이, 또는 라켓이 없이도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는 자연의 스포츠다. 그런데 올림픽에서 돈이 안 되고 재미가 없다는 이유로 퇴출을 당했다. 인간이 가장 인간적인 것들부터 하나 둘씩 버리고 있는 것만 같아 몹시도 씁쓸한데, 마지막에 남는 건 그럼 과연 무엇일까.
김도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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