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제2순환도로 1구간 민간 사업자인 광주순환도로투자㈜와 광주시 간 자본구조 변경을 놓고 벌인 행정소송에서 법원이 광주시의 손을 들어줬다.
광주지법 행정부(부장 김재영)는 20일 광주순환도로투자가 광주시를 상대로 낸 '원상회복을 위한 감독명령 취소'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시가 순환도로투자로 하여금 자기자본 비율을 협약 당시 상태(29.91%)로 높이도록 한 감독명령을 적법한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광주시는 민간투자 사업 기본계획에서 투자비의 25% 이상을 자기자본으로 내도록 했고 이는 사업 시행자 평가 요소이기도 했다"며 "시행자의 자본구조는 실시협약 내용에 포함돼 순환도로투자가 시의 동의없이 자본구조를 변경한 것은 협약 위반"이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감독명령 절차에 관해서도 "순환도로투자는 최고 20%의 연이율로 장기 차입금을 조달해 2010년까지 누적 적자가 1,024억원에 이를 정도로 자본 잠식 상태였다"며 "여러 차례 시정 명령과 협의를 촉구했는데도 순환도로투자가 거부한 사실로 미뤄 광주시의 감독명령은 적법했다"고 밝혔다.
광주시는 이번 판결에 따라 자기 자본비율을 원래대로 높이도록 요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제2순환도로 1구간을 매입해 직접 운영할 계획이다.
맥쿼리 측은 판결문을 검토해 항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판결은 자치단체가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에 대한 민간투자자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승소한 첫 사례로 꼽힌다.
맥쿼리는 인천공항 고속도로, 서울 지하철 9호선, 창원 마창대교 등 전국 14곳에 투자해 판결이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제2순환도로 1구간은 민간투자자인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1997~2000년 1,816억원을 들여 완공했으나 개통 3년 뒤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로 넘어갔다.
이후 설립된 순환도로투자는 2003년 3월 자기자본 비율을 29.91%에서 6.93%로 줄이고 2004년에는 타인 자본 중 앞순위 차입금 1,420억원에 대한 이자율을 7.25%에서 10%로 높였다. 추가 이자 부담과 통행량 미달 등으로 늘어난 적자 일부를 시가 보전하면서 2001년 개통 이후 지난해까지 1,190억원의 예산이 보전돼 이 도로는'돈 먹는 하마'라는 불리고 있다.
시는 광주순환도로투자의 자본구조를 2000년 12월 실시협약 당시 상태로 복구시키도록 2011년 10월 감독명령을 내렸다.
광주순환도로투자는 이에 불복해 행정심판을 청구했다가 중앙행정심판위원회로부터 기각되자 소송을 냈다.
광주시 관계자는 "제2순환도로 1구간을 매입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종구기자 so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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