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불친절하다. 무엇보다 박근혜정부를 이끌어갈 주요 인사들의 명단을 발표하는 태도를 두고 하는 말이다.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은 19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내정자 여섯 명의 인선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그들을 택한 이유가 무엇인지, 어떤 배경과 능력과 가진 사람들인지 대한 설명은 이번에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인터넷에서 누구나 찾을 수 있는 내정자들의 대표 경력 몇 가지씩을 나열했을 뿐이다.
인수위가 그간 국무총리ㆍ장관 후보자와 청와대 비서실장ㆍ수석비서관 내정자들을 발표할 때마다 이런 일이 반복됐다. 인수위는 후보자 또는 내정자들의 재산과 병역, 납세 내역 등 도덕성과 직결된 항목들은 물론이고 나이와 출신 지역, 학력, 경력, 가족관계 등 기초 자료를 한 번도 제공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가령 인수위원을 인선했을 때 단순히 '이승종 서울대 교수'라고 발표해 같은 대학의 동명이인(同名異人) 이승종 교수라고 착각하게 만들기도 했다.
인수위에 자료를 요청할 때마다 "통의동(박 당선인 집무실)에서 명단만 받아서 모른다"는 무책임한 답이 돌아왔다. 때문에 인선안이 발표될 때마다 기자들은 포털사이트에서 프로필부터 뒤져야 했다.
17일 내정된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는 미국 이민 1.5세인 만큼 국적이 논란이 됐다. 하지만 인수위에선 "자료가 없다"면서 아무 것도 확인해주지 않아 한동안 혼선이 빚어졌다. 정치권에선 "언론과 냉전을 벌였던 참여정부 때도 이러진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인수위의 이런 태도가 논란이 되는 것은 기자들이 불편해서가 아니다. 새 정부를 주도할 인물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그들이 어떤 방향으로 국정을 운영할 것인지를 국민들에게 설명해야 하는 데, 박 당선인 측이 그 같은 의무를 철저히 외면했다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다.
박 당선인 측은 그 동안 후보자와 내정자들에 대한 방대한 정보를 확보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름만 덜렁 내놓는 식으로 인선안을 발표한 것은 박 당선인의 측근들이 아마추어여서일까, 국민을 무시해서일까, 아니면 최대한 검증을 피하려는 불순한 의도 때문일까. 새 정부 출범 후에는 '친절한 박근혜정부'란 소리를 들을 수 있었으면 한다.
최문선 정치부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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