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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주택 관리규약내 규제항목 신설 입주자들에게 책임부과 강제성도 필요""민원발생 초기부터 적극 중재 나서야 신고에서 범칙금까지 외국例 참조할 만"

입력
2013.02.19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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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층간 소음 문제로 살인 방화 같은 강력 사건이 최근 잇따르면서 대책 마련이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9일 서울 면목동의 한 아파트에서 층간 소음으로 다투다 위층에 사는 형제 2명을 살해한 사건이 있었고, 다음날엔 서울 목동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층간 소음으로 마찰 빚던 이웃의 집에 불을 지른 사건도 일어났다.

정부는 비상이 걸렸다. 국토해양부는 소음이 심한 무량판식(보가 없는 바닥) 아파트의 바닥 두께 기준을 종전 180㎜에서 210㎜로 강화하고, 층간 소음 방지효과가 벽식 아파트 보다 좋은 기둥식 아파트 보급을 늘리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전문가들도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아무리 조심하더라도 소음 발생 자체는 막기가 어려운 만큼 층간 소음 갈등을 조정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차상곤 주거문화개선연구소 소장은 "입주자 대표나 동 대표에 집중된 권한을 미국 독일 등 선진국처럼 관리소장에게 권한을 부여해 공동주택 관리규약 내 층간 소음 규제항목을 신설하도록 하고, 그 책임을 준수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영환 한국기술사회 부장은 "독일처럼 민원 초기에 경찰의 적극적인 중재가 필요하다"며 "1차로 상대방에게 신고 사실 통지하고, 추가 신고 접수시 범칙금 부과 경고 등의 순서로 대안을 마련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가 공동주택의 층간 소음 차단성능 기준을 보다 현실화할 필요가 있으며, 층간 소음 측정 및 평가 방법과 실내기준을 마련하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동주택 관리규약내 규제항목 신설… 입주자들에 책임부과 강제성도 필요"

● 차상곤 주거문화개선연구소 소장

"아이 기죽어" "우리집인데…"이웃에 대한 배려 고취시켜야관리소장에 권한 일원화도 해법

공동주택의 민원 중 입주자들이 일반적으로 가장 많은 괴로움을 호소하는 소음은 층간 소음이다. 층간 소음의 대표적인 소음원으로 분류되는 성인 걷는 소리, 어린이가 뛰는 소리는 실내에서 저감 속도가 아주 느리며 저음의 남성의 음성처럼 톤이 굵은 저주파 음이므로 사람에게 불쾌감을 주기 때문이다. 어떠한 음에 대하여 소음인지 소음이 아닌지는 쉽게 판단하기가 어렵고, 그 방지대책 마련 역시 쉽지가 않다. 이러한 소음은 신체적, 심리적으로 악영향을 미친다. 정신적, 정서적으로 불안감을 조성하고, 대화방해, 작업능률의 저하 등을 유발하며 그 피해는 날로 증가하고 있다. 물론 현재 소음대책이 미흡한 상황에서의 피해증가는 좋은 상황은 분명 아니지만, 모든 문제의 해결점은 그 문제가 실제로 심각한 문제로 인식될 때 실마리를 찾아내는 것처럼, 이러한 관점에서 현 상황을 직시한다면 어렵게만 인식되고 있는 층간 소음 등 각종 소음문제가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는 해결될지도 모르는 긍정적인 측면은 분명히 존재한다.

국내 층간 소음을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이유를 몇 가지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공동주택의 입주민을 위한 소음저감을 제대로 시행하고 있는 선진국(미국, 독일 등)의 경우 공동주택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의 권한이 관리소장에게 주어져 있는 반면, 국내는 관리소장 보다는 입주자 대표나 동 대표 등에게 그 권한이 집중되어 있는 독특한 구조다. 이러한 이유로 국내의 경우 관리소장이 공동주택 소음저감을 위해 정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층간 소음 규제 항목에 필요한 안건을 제시하더라도 그 안을 시행하기에는 많은 절차와 시일이 걸리게 된다. 둘째, 공동주택 일부 입주민들의 이웃을 생각하는 공동체 의식의 부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일단, 아파트에 입주하면 주위 사람들에 대한 배려 없이 아파트가 단독 주택인양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 다니는 것을 '아이의 기를 죽인다'거나 '우리 집에서 우리 아이가 뛰는 것이 어떠냐'는 차원에서 이를 방관하는 어른들이 있다. 이것은 향후 폭력이나 심지어 살인 동기를 유발하는 아래층, 위층 이웃 사이 층간 소음 문제의 발단이 되는 것이다. 셋째, 공동주택 소음이나 이로 인한 분쟁을 해결하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부족이다. 현재 공동주택의 바닥충격음 기준은 경량 및 중량충격음이 각각 58㏈과 50㏈이하, 또는 슬라브 두께가 210㎜ 이상인 표준바닥구조로 시공하도록 하고 있다. 2001년 처음으로 이 기준안 문제가 토론 테이블에 놓여졌을 때 대부분의 건설사는 100여㎥을 기준으로 150만∼200만원의 분양가가 상승해서 입주민의 비용 부담 증가를 이유로 반대했다. 이에 시민단체와 환경부는 아파트 입주민들을 대상으로 층간 소음 관련 설문조사 한 적이 있다. 그 결과는 층간 소음이 해결된다면 분양가가 상승하더라도 큰 문제는 아니라는 사람들이 과반수를 넘었기 때문에 이 기준안 마련은 계속 추진이 될 수 있었다. 2014년에 개정되는 바닥충격음 기준에 대해서도 국토해양부는 2001년과 마찬가지로 분양가 상승을 이유로 더 강력한 기준을 만들기 어렵다고 하고 있다. 물론, 현안보다 약간 더 강화된 기준이 시행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이 새로운 기준 또한 시대 심리가 높아진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입주민들이 층간 소음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입주민들이 공동주택을 시공한 건설사를 상대로 소송을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입주민들의 공동체 의식 개선을 바탕으로 소음발생에 대한 법적인 책임을 강조하는 방법(예를 들면, 공동주택 관리규약 내 층간 소음 규제항목)이다. 국내에서는 전자가 강조되고 있는 실정이지만, 층간 소음의 해결은 그 법적인 방법만으로는 반드시 한계가 있으므로, 또 다른 방법인 입주민들이 준수할 규제항목을 통한 방법과 병행돼야만 소음저감 효과는 극대화될 것이다.

공동주택의 층간 소음 문제 해결을 위해 입주자, 관리주체, 건설사, 시행사, 정부(국토해양부ㆍ환경부), 시민단체, 자치단체, 학교, 법원 등과 효율적이면서 개방적인 지식 네트워크를 만들어 실마리를 풀기 위한 통합적인 움직임이 분명하게 필요한 시점이다.

“민원발생 초기부터 적극 중재 나서야… 신고에서 범칙금까지 외국의 예 참조할 만”

● 박영환 한국기술사회 부장·소음진동 기술사

"나 아닌 남은 다르게 느낄수도"인식공유가 갈등해소의 첫발정부도 현실맞는 기준 정립을

집은 자동차와 더불어 국민의 중요한 재산이다. 자동차는 구매자의 요구에 따른 선택이 가능하고 제시된 성능에 미달하면 리콜도 실시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표적인 주거형태인 공동주택의 경우 과거와는 달리 층간 소음에 대한 거주자의 불만과 요구가 증가하고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를 수용하고 개선하려는 관계부처와 건설사의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하지만 주택의 바닥성능의 개선만으로 다양한 상황의 층간 소음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는 우수한 성능의 자동차를 만든다 하더러도 운전자의 주의나 도로 사정, 그리고 도로교통법규의 내용 등이 교통사고 발생의 더 큰 요인이 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위층에서는 청소기 소리가 아이들 뛰는 소리보다 크지만 아래층에서는 아이들 뛰는 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공기전달음인 청소기 소리는 콘크리트 바닥에 의하여 충분히 차단되지만 고체인 바닥을 직접 충격하는 뛰는 행위가 바닥을 통해 더 잘 그리고 멀리 전달된다.

층간 소음을 유발하는 사람은 아래층에서 듣는 만큼 거슬려하지 않는다. 동일한 소리에 대한 반응도 주변 여건에 따라, 사람의 상태에 따라서도 다르다. 피아노 연주 하는 사람과 공부하는 사람의 상황을 생각하면 이해될 것이다.

서로가 공유하는 현실과 '남은 다르게 느낄 수 있다'라는 인식으로부터 층간 소음에 대한 해결방안은 시작된다. 층간 소음에 대한 문제는 많이 인식하고 있지만 이해가 부족한 현실에서는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며 어른들의 참여가 우선적이다. 아이들끼리 층간 소음으로 다투는 것을 아직 본적이 없다. 공동주택에서의 생활 예의, 피해 최소화나 대처 요령 등을 사례와 더불어 우수한 방송용 콘텐츠를 만들어 활용한다면 비용부담 없이 의지만으로 현재 민원의 30%는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공동주택 관리규약에 층간 소음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고 단지별로 층간 소음 관련 규정을 마련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다만 층간 소음 문제발생 시 초기에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거나 층간 소음 해결을 위한 단지 내의 관심과 의지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이 함께 마련되는 것이 필요하다. 영국의 경우 시간별 피해를 기록한 피해일지를 작성하여 입증자료로 활용하며 작성자의 서명으로 신뢰를 갖는다. 단지별로 전문가를 위촉하여 교육, 상담, 경찰이 과태료 부과시 동행 등에 활용하는 방안은 작은 비용으로 민원의 30%정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국토해양부의 바닥차단성능 기준 강화나 건설사의 수요자 요구에 따른 성능 다양화는 2004년 이후 많은 진척을 이뤘다. 다만 사용자의 요구에 따른 적극적인 기술개발 경쟁보다는 일정 수준을 두고 버티거나 봐주기였다는 판단도 든다.

층간 소음의 피해자는 지금까지도 문제이지만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거나 언제까지 피해를 입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을 더 힘들게 느낄 것이다. 민원 초기에 경찰의 적극적인 중재가 요구되는 부분이다. 독일은 범칙금도 많지만 이를 집행하는 경찰의 기준과 권한이 분명하다. 경찰이 현장에서 소음이 얼마나 크게 났느냐 여부를 가리기는 어렵다. 신고가 들어오면 1차로 상대방에게 신고 사실을 알려 주의를 주고, 2차는 추가 신고가 접수될 경우 범칙금이 부과됨을 경고하고, 3차로 단지에 위촉된 전문가와 동행하여 범칙금을 부과하는 등의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하㈍?한다. 아울러 국토부는 공동주택의 층간 소음 차단성능 기준의 현실화를, 환경부는 층간 소음 측정 및 평가 방법과 실내기준을 마련해야 옳다.

완벽한 층간 소음의 해결 방안은 갖기 어렵다. 다만 피해를 줄이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함께 하는 게 중요하다. 최근 층간 소음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의 표면화가 가져온 긍정적인 면은 층간 소음에 대한 본질적 문제 인식과 해결을 촉구하는 단초가 되었다는 점이다. 그동안 많은 국민들이 밖으로 나타나지 않은 더 많은 문제가 있었음을 인식하는 계기가 된 게 그나마 다행이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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