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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카 타고 달려" 활개치는 대포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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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카 타고 달려" 활개치는 대포차

입력
2013.02.19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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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금리와 증시침체로 돈 굴릴 곳이 없어 고민해온 A씨는 지인 4명과 함께 폐업직전의 중소 렌터카 회사를 인수했다. 그는 급전 대출이 필요한 소시민들을 모집해 대출자 명의로 차량을 출고하게 하고, 이들에게 차량가격의 50%를 지급했다. 이미 대출 상환 능력이 없는 사람들을 모집한 터러 상환 기간내 대금을 갚지 못하면 차량을 렌터카 회사 명의로 이전시켰다. 얼마 후 렌터카 업체를 폐업시킨 A씨는 서울시에 등록된 차량 소유기록을 말소시키고 이 차량들을 서울 장안평 등의 중고차 매매업체들에게 '대포차'로 팔았다.

# "재벌 2세가 된 기분이죠. 과속해도 벌금을 물 염려가 없는 게 장점이에요." 서울 강남에 사는 직장인 C씨는 주말마다 고급 수입차인 페라리를 타고 여자친구를 바꿔가며 서울 시내 드라이브를 즐긴다. 한 대 가격에 2억원을 호가하는 이 차량은 물론 C씨 본인의 차는 아니다. 슈퍼카 대여 업체나 카셰어링 업체를 통해 24시간 대여료 200만원을 주고 빌린 차량이다. 업체들은 서울 장안평 등 중고 자동차시장에 차량 등록이 말소된 슈퍼카를 사들여 버젓이 렌터카 장사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로 절도와 납치 등 각종 범죄에 이용돼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이른바'대포차 (소유주와 운전자가 일치하지 않는 무적차량)'의 유형이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단순히 폐차 처분된 차량을 개조하거나, 가짜 번호판을 붙이는 식으로 대포차를 만들던 방식에서 최근엔 경기불황으로 파산된 기업 소유의 차량을 인수한 뒤 개인명의로 이전하지 않고 이를 되팔아 대포차로 만드는 등 다양한 수법이 동원되고 있다.

19일 자동차 매매업계에 따르면 불법 자동차 매매상들은 최근 부도로 파산된 기업 소유의 차량 중 파산 기업의 자산 외로 분류된 기업 법인 차량들을 대거 사들이고 있다. 해당 기업은 당장 현금이 필요하고, 매집상들은 차량을 저렴하게 구입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법인 명의의 승용차들은 법인이 파산하면서 소유주가 말소된 '무적' 대포차량으로 전락한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0년 이후 한국거래소가 상장 기준을 강화해 매년 100여 개 안팎의 상장사가 퇴출되면서 이들의 불법 횡령 실태가 크게 늘었다. 이들 회사는 주로 부도 직전 수입차 렌터카회사에 회사 이름으로 수입차량을 대여한 후 명의 세탁을 거쳐 이들 차량을 대포차량으로 만든 후 되파는 수법으로 현금을 챙기는 횡령 사례가 비일비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렇게 팔린 대포차들은 서울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연예계 종사자들이나 유흥업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암암리에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지난 4일 경기지방경찰청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인터넷 외제차 동호회나 지인 등을 통해 람보르기니 등 슈퍼카를 하루에 40만~150만원을 받고 총 416차례 걸쳐 대여해주고 5억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대포차를 유통한 일당을 적발했다. 이들은 파산한 기업의 차량 등을 싼 값에 구입해 수입차를 선호하는 수입차 동호회 회원들을 상대로 고가에 차량을 빌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대포차량은 자동차 실소유주와 운전자가 다르거나, 실소유주 자체가 존재하지 않아 과속에 대한 벌금이나 과태료를 물지 않아 '무법'차량으로도 통한다. 현실적으로 경찰 전산망에는 도난차량 등 범죄차량만 입력돼 있을 뿐 이들 차량에 대한 정보는 전무하다. 서울 일선 경찰서 관계자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대포차를 매매하는 유령회사가 많다는 건 알고 있지만 워낙 음성적으로 매매가 이뤄져 대포차 유통 단계에서 단속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단속 주체인 시나 구청도 난감하긴 마찬가지이다. 서울의 한 구청 관계자는 "막상 대포차임을 의심해 단속을 벌여도 '친구에게 빌렸다'는 방법으로 피해나가면 과태료 부과방법이 없다"며 "대포차로 인한 지방세 체납은 물론 최근에는 보험까지 들고 있어 자동차 관련법 개정이 필요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4월부터 대포차를 근절하기 위해 ▲6개월 이상 의무보험 미가입 차량 ▲3회 이상 정기검사 누락 차량 ▲6회 이상 자동차세 미납 차량 ▲압류ㆍ저당권이 많은 차량 등에 대해 번호판을 영치하는 등 무거운 행정처벌을 내릴 방침이라고 19일 밝혔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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