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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올림픽 잔류, 런던대회 흥행 대박이 결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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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올림픽 잔류, 런던대회 흥행 대박이 결정적"

입력
2013.02.19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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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호구·비디오 판독제 도입

역대 가장 깨끗한 판정 높은 평가

금메달 고르게 나뉜 것도 한 몫

25개 핵심 종목에 들었을 뿐

올림픽 영구 종목 된 것은 아니다

감동·재미있게 끊임없이 개혁해야

태권도야말로 한류의 원조

유럽과 중동에선 흥행 보증수표

국내 대기업들 스폰서 해 볼 만

"태권도는 올림픽 영구종목이 된 것이 아니다. 25개 핵심(Core)종목으로 선택 받아 2020년 올림픽까지 안정권에 들었을 뿐이다. 세계인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기 위해 끊임없이 개혁을 지속해야 하는 이유다."

세계태권도연맹(WTF) 조정원(66) 총재는 18일 늦은 오후 경기 성남시 수정구 태평동에 자리잡은 WTF 본부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태권도의 올림픽 잔류는 박용성(73) 대한체육회장을 비롯한 각계 각층의 인사들이 엄청난 공을 들인 결과"라며 "지난해 런던올림픽에서 태권도에 걸린 금메달을 8개국이 1개씩 고르게 나눠 가진 것도 주효했다"고 강조했다. 조 총재는 태권도의 향후 남은 과제로 국내 기업의 글로벌 스폰서 참여와 월드컵 그랑프리 대회 신설, 그리고 장애인 올림픽인 패럴림픽과 영연방 국가들의 스포츠 제전인 커먼웰스 대회 정식 종목합류 등을 꼽았다. 2004년부터 WTF를 이끌고 있는 조 총재는 4선 도전 의지도 함께 밝혔다. 그는 "올 7월 선거에 재출마하겠다"며 "국가대항전 대회를 신설해 테니스 4대 메이저대회처럼 키우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태권도가 올림픽 종목으로 살아남은 이유는.

"지난해 런던올림픽에서 태권도가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흥행 대박을 터뜨린 것이 결정적이었다. 전자호구 도입과 즉석 비디오판독제를 통해 역대 가장 깨끗한 판정이 이뤄졌다는 점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회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WTF는 2005년 개혁위원회를 가동해 200페이지 가까운 보고서를 바탕으로 정직한 태권도, 재미있는 태권도를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했다. 여기에 대한민국의 스포츠 외교력이 더해져 값진 결과를 얻었다. 하지만 4년 후 또다시 퇴출종목 선정 때도 태권도가 선택 받을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이번 레슬링 퇴출도 누가 상상이라도 했었나. 경쟁종목들의 치열한 로비전도 무시할 수 없다."

-전자장비 도입에 따라 경기흐름이 끊긴다는 지적이 있다.

"전파 방해에 따른 오작동 여지 등이 여전히 문제로 꼽힌다. 하지만 대세는 전자호구제로 굳어졌다. 유럽 최고의 명문인 스위스 공과대학에 전자호구 장비 업그레이드 용역을 맡겼다. 올 하반기에 새롭게 버전업 된 전자호구가 선뵐 것이다. 심판의 육안에 의존한 얼굴 가격(加擊)점수도 헤드기어에 센스를 부착해 공정성을 확보하겠다. 타격 강도가 세지 않아도, 특히 머리 부위는 스치기만 해도 득점을 인정하는 등 점수제를 개선시킬 계획이다. 또 주먹 공격을 많이 유도하게 룰도 바꿀 생각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바라보는 태권도의 위상은.

"WTF에 가입한 가맹국이 204개국이다. 전체 스포츠 종목 중 7위에 해당하는 슈퍼 몸집이다. 그 자체로 이미 글로벌 스포츠로 인정받고 있다. 실제 IOC위원들로부터 "태권도를 왜 (퇴출종목으로) 걱정하느냐"는 말도 많이 들었다. 굉장히 우호적인 분위기다. 하지만 막상 퇴출종목을 가리는 14명의 집행위원 투표에서 태권도에 5표가 쏟아졌다. 더욱 낮은 자세로 임해야 하는 이유다. 태권도가 비록 한국이 낳은 국기(國技)지만 우리끼리 너무 감싸고 있으면 오히려 손해다. 그래서 WTF 국제본부도 스위스 로잔으로 옮겼고, 사무총장도 외국인을 임명했다. 우리의 태권도가 아닌 세계인의 태권도로 뿌리내리기 위해선 (태권도를)해외에 시집 보냈다는 생각으로 바라봤으면 한다."

-국내기업들이 글로벌 스폰서를 외면하고 있다.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다. 기업들에게 태권도를 통한 스포츠 마케팅을 권하고 싶다. K-팝을 비롯한 한류가 세계시장을 강타해 한국 상품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 수출경쟁력이 강화되듯이 무예 태권도를 통해서도 충분히 마케팅을 창출할 수 있다. 사실 태권도야말로 한류의 원조가 아닌가. 1960년대 태권도 사범들이 해외로 진출해 오늘날 한국인의 무도정신과 예절이 세계인들에게 알려진 것이다. 올 하반기부터 국가대항전 개념인 월드컵 그랑프리를 신설해 흥행 붐을 이끌 계획이다. 첫 무대는 런던 혹은 두바이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유럽과 중동에서 태권도 대회는 흥행 보증수표와 다름없을 정도다. 특히 최근 이라크 언론에서 태권도가 축구를 제치고 자국 내 최고 인기 스포츠로 선정됐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개혁 프로그램 진행 중에 에피소드가 있다면.

"WTF 총재에 선출 된지 1년 만인 2005년 7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IOC총회에서 처음으로 첩꽁?퇴출종목이 선정됐다. 당시 영문 알파벳순으로 회의장에 앉았는데 태권도 바로 옆자리에 있던 소프트볼이 퇴출됐다. 식은땀이 흘렀다. 귀국 후 즉각 개혁위원회를 가동시켰다. WTF총재 선거 당시 강력한 라이벌이었던 태국인을 위원장에 임명했다. 이를 토대로 강력한 개혁 프로그램을 추진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때 적용했으나 부족한 점이 많았다. 이대로는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런던올림픽때 즉석 비디오판독제 도입을 밀어붙였다. 하지만 이는 심판 권위 손상을 이유로 개혁위 내부에서조차 반대가 극심했다. 기이한 것은 이번 IOC 집행위가 열리기 전날 밤 스위스 로잔 현지 숙소에서 꿈을 꿨는데 지난해 돌아가신 선친(경희대 설립자 조영식 박사)께서 나에게 꽃다발을 던져 주는 내용이었다. 이승의 자식이 고민하는 모습을 안쓰럽게 여겨 넌지시 암시를 주신 게 아닌가 생각한다."

■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 총재는 ●생년월일: 1947년 12월 10일 ●학력: 경희대 경제학과 학사, 페어레이디킨슨대학교(미국) 석사, 루뱅대학교(벨기에) 정치학 박사 ●주요경력: 경희대 10,11대 총장(1983년 기획실장 재직 때 4년제 대학 처음으로 태권도 학과 개설), 대한체육회 부회장, 밝은사회국제클럽 총재, 세계태권도연맹 총재(현)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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