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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베스의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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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베스의 유산

입력
2013.02.19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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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죽음이 가까운 모양이다. 암 투병 중인 그는 지난 해 12월 쿠바에서 4번째 수술을 받고 그제 두 달 만에 귀국했다. 차베스는 트위터에서 "앞으로도 계속 살아가면서 승리할 것"이라고 선동가다운 다짐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서구 언론은 벌써 차베스의 삶과 죽음을 조명하는 글을 잇달아 싣고 있다. 중남미 좌파 정권을 대표하는 그가 베네수엘라와 국제 관계에 남긴 유산을 미리 정리하는 작업이다.

■ 차베스에 대한 평가는 극단으로 엇갈린다. 나라 안팎의 비판 세력에게는 권위주의적 포퓰리즘과 반미(反美) 사회주의로 대중을 선동, 갈등과 대립을 부추기면서 국제 질서를 어지럽힌 말썽꾸러기 광대다. 반면 지지 세력은 중남미 특유의 낡고 부패한 특권지배 체제에 맞서 민주사회주의의 갈 길을 개척한 해방자(liberator)로 떠받든다. 중남미를 제국주의 침탈에서 해방시킨 시몬 볼리바르와 체 게바라, 피델 카스트로의 맥을 잇는 영웅이다.

■ 군 출신인 차베스는 청년 장교 시절, 사관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면서 뒷날 자신을 도울 추종세력을 모았다. 그는 유럽 이민 출신의 백인 엘리트 계층이 사회를 지배하던 현실에서 자신과 같은 토종 혼혈과 흑인 노예 후예들의 존재를 일깨우는 새로운 역사관을 교육했다. 이를 통해 소수 특권계급과 자본가들이 지배하는 사회의 불평등과 부패를 척결하고 민중을 도탄(塗炭)에서 구할 쿠데타 혁명을 꿈꾸는 비밀결사 '볼리바르 혁명운동' 세력을 규합했다.

■ 차베스는 1992년 군부 소장세력을 이끌고 쿠데타를 일으켰으나 실패한다. 반란죄로 구금됐던 차베스는 이내 사면돼 정치인으로 변신, 1998년 선거에서 빈민층의 절대적 지지를 받아 집권한다. 이후 세계 4위 매장량을 가진 석유자원과 사회주의적 개혁을 바탕으로 미국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맞서 국제적 논란거리가 된 것은 잘 알려진 역사다. 그의 죽음을 앞두고 용감한 도전과 성취를 평가하는 시각이 두드러지는 모습은 자못 흥미롭다.

강병태 논설고문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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