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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부군신위'박철수 감독 위패로 남은 채 먼길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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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부군신위'박철수 감독 위패로 남은 채 먼길 떠나다

입력
2013.02.19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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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부군신위’, ‘산부인과’ 등의 영화로 주목 받은 박철수 감독이 19일 오전 0시 30분쯤 경기 용인시 죽전동에서 교통사고로 숨졌다. 향년 65세. 경찰에 따르면 성남시 분당 작업실에서 새 영화를 준비 중이던 박 감독은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만취상태의 운전자가 몰던 승합차에 치였다.

대구에서 태어나 성균관대를 졸업한 뒤 교사, 대기업 회사원으로 일했던 고인이 영화계에 발은 디딘 것은 신상옥 감독과의 만남이 계기였다. 1975년 신필름 연출부에서 감독수업을 받고 조감독 생활을 거친 뒤 79년 ‘골목대장’으로 감독에 데뷔했다. 이후 방송계에 몸 담아 MBC PD로 ‘세화의 성’, ‘말하는 눈’, ‘혜미의 서울’ 등 베스트셀러극장과 ‘암행어사’ 시리즈 등 TV드라마를 기획ㆍ연출하며 특유의 영상미로 주목 받았다. ‘생인손’으로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대상도 받았고 PD로 일하던 중이던 85년에는 휴가기간에 연출한 영화 ‘어미’로 대종상 작품상도 수상했다.

‘안개기둥’(86년)으로 영화에 복귀한 그는 이후 거의 1년에 한 편씩 작품을 내놓는 왕성한 창작력을 보였다. 인신매매와 성폭행을 본격적으로 다룬 ‘어미’가 세간이 주목을 끈 데 이어 ‘서울 에비타’, ‘오세암’, ‘물위를 걷는 여자’, ‘테레사의 연인’ 등 작품마다 진지한 문제의식과 철학이 녹아 있었다. 황신혜, 방은희 주연의 ‘301, 302’(94년)은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았고 한국의 장례문화를 다룬 다큐 ‘학생부군신위’로 몬트리올영화제에서 예술공헌상을 받았다. ‘산부인과’는 영화 속 분만 장면으로 논란이 일었다. ‘301, 302’ 때부터 직접 독립영화사를 차려 저예산으로 ‘봉자’, ‘녹색의자’등을 선보여온 고인은 박철수 필름영화아카데미 등으로 후학 양성에도 애썼다. 국내 영화계는 그를 자본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고집하며 파격적이고 신선한 소재로 한국영화계에 활력을 불어넣은 예술가로 기억한다. 유족은 부인 최은희씨와 1남1녀. 빈소는 분당 서울대병원, 발인 21일 오전 8시30분, 장지 경기 이천호국원. (031)787-1508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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